박연차의 태광실업, 안방 베트남서 종횡무진

입력 2016-07-20 18:25 수정 2016-07-21 02:12

지면 지면정보

2016-07-21A17면

신발사업 '탄탄한 뿌리'…화력발전 이어 이번엔 복합비료공장

22년된 베트남 진출 원조 기업인
국내기업 최초 비료공장 설립…호찌민 인근에 700억 투자
휴켐스가 공장관리·생산하고 태광은 현지 네트워크로 영업
베트남 내수 겨냥 사업 다각화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20일 베트남 히엡폭 공단에서 비료공장 착공을 기념하는 스위치를 누르고 있다. 왼쪽부터 박노환 주호찌민 한국총영사, 박 회장, 후옌 깍망 호찌민 부시장, 응우옌 바익황풍 호찌민 공단관리위원회 부위원장. 태광실업 제공

박연차 태광실업그룹 회장이 자신의 주무대인 베트남에서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데 이어 비료공장도 착공했다. 1994년 신발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박 회장은 ‘베트남 진출 1세대 한국 기업인’으로 불린다.

태광실업은 20일 베트남 호찌민 인근 히엡폭 공단 내 부지에서 복합비료공장 착공식을 했다고 발표했다. 9만㎡ 부지에 6000만달러(약 685억원)를 들여 NPK(질산·인·칼륨) 복합비료공장을 짓는다. 내년 9월에 완공되면 연 36만t의 비료가 생산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착공식에서 “태광은 지난 22년간 신발사업을 통한 고용창출과 수출증대로 베트남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며 “이제는 고품질 비료를 생산해 베트남 농업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태광실업이 비료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었던 것은 2006년 인수한 화학회사 휴켐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용 정밀화학 제품을 제조하는 휴켐스는 이번 베트남 공장 투자금 중 49%를 출자했다. 농업용 비료를 생산한 경험은 없지만 비료 원료인 질산 계열 화합물을 제조하는 등 기술력이 충분해 비료 사업 진출도 어렵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공장 관리와 생산은 휴켐스에서 담당하고 태광실업은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과 마케팅을 맡는다. 최규성 휴켐스 사장은 “내년부터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베트남 전체 복합비료의 9%를 생산하게 된다”며 “매출을 연간 최대 1500억원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광실업은 2012년부터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하노이 인근 지역에 전력을 공급할 1200㎿급 화력발전소 2기를 짓기로 하고 2012년 11월 말 베트남 정부의 최종 승인도 받아놨다. 사업비 5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발전 원료인 무연탄 공급 등의 난항으로 착공이 미뤄져 왔다. 하지만 관련된 여러 문제가 해결되며 연내 착공해 2021년에는 완공할 전망이다.

비료와 화력발전소는 모두 베트남 내수를 겨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휴켐스 관계자는 “앞으로 생산할 비료는 베트남 내수시장에만 공급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것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도 베트남 내에서만 사용된다.

화력발전소는 중요 사회 기반시설로 베트남 내 정·관계 인맥 없이는 진출하기 힘든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광실업이 신발사업을 통해 쌓은 베트남 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력과 비료 사업의 기회도 잡았다”며 “베트남의 경제성장과 함께 큰 실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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