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추진했다 반발 우려
일부만 손질하는 방식 검토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요즘 기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워하는 이슈가 있다. 국민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문제다.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소득 있는 피부양자의 건보료 부과 여부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온 만큼 건보 체계 개편은 국민적 관심사다.

하지만 복지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관련법 개정안을 먼저 치고 나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더민주 안(案)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 소득 기준으로 단일화하고, 피부양자 제도를 없애는 게 핵심이다. 이런 방향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맞다는 평가다.

정부는 야당의 ‘선공’에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19일 “건보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정부안을 따로 발표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더민주 안에 대해선 “양도·퇴직 소득에도 보험료가 부과되는 등 무리한 측면이 있어 정부도 각론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는 정부 차원의 대대적 개편안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소득 있는 피부양자 중 일부만 건보료를 내도록 피부양자 기준을 소폭 강화하고 지역가입자 일부의 부담을 낮추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곤혹스러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무적 판단’에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지금 건보 부과체계를 섣불리 건드렸다가 여당 지지층에 대한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 안대로라면 건보료가 오르는 집단은 전체 가입자의 약 10%로 대부분 고소득층에 속한다. 한 건보 전문가는 “한국 사회에서 오피니언 리더 계층인 이들이 ‘건보료 폭탄’을 맞고도 내년 대선에서 변함없이 여당을 지지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건보 개편 당정 협의체에 참여한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건보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과할 정도로 충분히 이뤄졌다”며 “복지부와 청와대가 개편 의지만 갖고 있다면 당장이라도 방안을 제시하고 시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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