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재해석 (20)]

골프장에 가지고 갈 딱 하나를 고르라면?

입력 2016-07-13 17:26 수정 2017-05-25 15:40

지면 지면정보

2016-07-14A35면

김헌 마음골프학교 교장

연습 과정에서야 여러 가지 조언을 하고, 참다참다 지적질도 하고, 별짓을 다 할 수 있지만 필드에서 그래선 안 된다. 별 생각 없이 돕는답시고 던진 한마디가 그날의 골프를 망칠 수 있고, 후유증이 며칠 혹은 몇 달을 갈 수 있다. 그래서 고수들은 필드에서 말을 아끼는 것이다.

연습은 연습이고 실전은 실전이다. 연습장에서야 실험적인 샷을 할 수도 있고, 샷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도, 그것들을 추스르고 가다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드에 나설 때는 연습장에서의 반복을 통해 바람직한 동작이 몸에 스며들었거니 믿고 모든 지침을 깡그리 내려놔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고, 못 미더워 딱 하나는 가지고 골프장을 가야겠다면 그것은 리듬감이다. 드라이버든 아이언이든 퍼터든 그렇다. 아무 생각이 없는 무념의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것은 신선들의 경지일 테고, 범인들이 라운드에 임할 때는 두 가지도 안 된다. 오직 하나만 갖고 있어야 한다. 그 하나가 백스윙에서의 어떤 동작일 수도 있고 다운스윙에서의 절차일 수도 있다. 그 한 가지는 스윙에서 일종의 방아쇠 기능을 한다. 그러니 여러 가지를 가지고 라운드를 가면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거다. 무엇이라도 하나만 갖고 간다면 꽤 훌륭한 라운드를 하게 될 텐데 그중에서 강력히 추천하는 것이 바로 리듬이다.

그것도 ‘리듬을 지켜야지, 천천히 쳐야지…’ 따위의 생각이 아니라 ‘느낌’ 그 자체를 가지고 가야 한다. 동영상도 좋고 이미지도 좋다. 그저 라운드 처음부터 끝까지 그 느낌 하나를 화두처럼 붙들고 늘어지는 거다. 그네의 리듬도 좋고, 투수의 투구 모습도 좋다. 좋아하는 프로의 샷 이미지도 좋고 테니스 선수의 서브모션도 좋다. 요즘 누구나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영상을 하나 내려받아 틈날 때마다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리듬에 집중하다 보면 그와 비슷한 느낌으로 스윙하게 될 테니 당연히 결과가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이점은 잡념을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욕심도 화도 두려움도 조금은 다스릴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마음이 급해지면 백스윙이 충분치 못하게 되고, 백스윙이 충분치 못하면 몸이 덜 꼬일 테니 뇌는 그 스윙으로는 원하는 거리를 갈 수 없으리라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억지스러운 힘을 쓰게 되고, 결과는 참담하다. 리듬은 적은 몸놀림으로 큰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는, 골프 스윙의 핵심 중 핵심이다. 게다가 스윙을 부분적인 지침의 총합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전략이나 목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 생긴다. 초일류 프로들의 우승 후 인터뷰를 들을 때 ‘리듬감이 좋았다’는 얘기가 가장 많은 것도 그런 연유다. 리듬은 그 모든 스윙의 지침에 우선한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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