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시행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대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벌써 국회에선 개정안이 나온다.

당장 이 법이 시행되면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민 소상공인 등은 절박하다. 농민단체와 외식업자 등은 상경 시위, 청와대 앞 시위 등으로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피해액이 1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상당 부분이 농어민 중소상인 등에게 돌아간다. 여야 의원 13명이 규제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안을 공동 발의한 상태다.
주목할 것은 국회에서 법안의 핵심 내용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이다. 어제 강효상 의원 등 새누리당 22명이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막자는 입법 취지와 달리 적용대상에서 국회의원만 쏙 빠진 것을 보완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강 의원은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국회의원을 적용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특권 만들기’라고 지적했다. 위헌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에 대한 김영란법 적용조항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 시행(9월28일)도 하기 전에 혼란이 확산된 데는 헌법재판소도 일정 책임이 있다. 물론 무책임한 정치의 뒤처리를 떠맡은 헌재의 고민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위헌성이 있다’며 첫 헌법소원이 청구된 게 이미 지난해 3월의 일이다. ‘평등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등의 사유로 모두 네 건의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헌재의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초기에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한 듯 헌법소원 청구 직후 사전심사에 착수하는 적극성을 보였지만, 어쩐 일인지 결정은 미뤄지고 있다. 김영란법은 오랜 부패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나 잘못 설계된 법은 반발을 키우고 사회 안정을 오히려 저해한다. 선출직인 자신들만 예외라는 국회의 발상은 부패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다. 헌재는 눈치 보지 말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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