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대사 릴레이 기고 (2)]

원전 포기한 독일, 재생에너지 미래 연다

입력 2016-07-07 18:43 수정 2016-07-08 00:08

지면 지면정보

2016-07-08A35면

"2022년 원전 전면 폐쇄가 목표
일자리 늘리는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소비량 감축에도 나설 것"

롤프 마파엘 < 주한 독일 대사 >
독일의 재생에너지는 2014년부터 전체 전력 생산에서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엔 전체 전력 생산량의 30%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독일은 총 전력 소비량의 8%(15억유로)를 수출했다. 이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전기 도매가격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해엔 kWh당 약 0.03유로(약 38.5원)였다. 전력망의 안정성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보다 우수한 수준(배전계통신뢰도지수 기준)이다. 독일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을 때 국내외 많은 이들은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나 전기요금 상승, 수입 의존 등을 경고했지만 지금까지 성과를 보면 기우였다.

독일이 에너지정책 전환을 검토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핵에너지 반대론자들이 먼저 ‘에너지 전환’이라는 개념을 사용했고, 석유파동으로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참사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독일 국민의 신뢰를 흔들었다. 2000년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연정은 2022년까지 핵에너지 전면 포기 결정을 내렸다. 2010년에 원자력발전소 가동 기간을 몇 년 연장하기로 했으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후 기한 연장 결정은 없던 일이 됐다. 독일 연방정부는 2022년 원전 전면 폐쇄라는 원래의 목표로 돌아갔다.

독일 에너지 전환의 첫 번째 축은 에너지 생산방식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2022년까지 단계적 핵에너지 포기 및 원자력 발전소 폐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80% 감축, 2035년까지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 두 배 높이기 등이다.
에너지 전환을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은 2009년 제정된 ‘재생에너지법(EEG)’이다. 이 법에 근거해 국가 에너지망에서 재생에너지에 우선권을 부여하며,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에 대해 보상을 해준다.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는 이 분야의 인프라 구축을 앞당겼다.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수요가 증가하자 혁신이 이어졌고 생산비도 크게 낮아졌다.

현재 풍력에너지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보다 더 싸다. 태양광 전기도 재래식 발전보다 저렴해질 날이 머지않았다. 재생에너지와의 생산가격 차이를 국가보조금을 받아 감당해야 하는 수명 30~40년짜리 재래식 발전소에 투자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위험하다.

에너지 생산방식의 전환에는 당연히 도전이 따른다.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21% 수준인 풍력·태양에너지는 바람과 기후에 의존하기 때문에 재래식 발전소의 예비생산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또 에너지 안보를 위해선 전기를 장기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풍력에너지는 북쪽 해안가에서, 태양에너지는 남쪽에서 주로 생산되는 데 비해 전력수요는 산업시설 밀집지역에 몰려 있다. 국가 전체 에너지망을 포괄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학계와 연구기관들은 수요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전력망을 개발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두 번째 축은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독일은 2008년 대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2020년까지 20%, 2050년까지 절반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특히 전체 소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가정 소비를 줄이기 위해 건물 단열 효율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쓰도록 장려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약 3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창출됐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은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우리는 2025년까지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50%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롤프 마파엘 < 주한 독일 대사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