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은 없다
담도암 말기 환자가 시한부 1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일상을 축복으로 여기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섰다. 다음날 50대 여성이 응급실로 들어왔다. 마주 오는 차와 부딪혀 병원으로 실려 왔으나 이미 급사한 뒤였다. 잠시 후 충돌차량의 운전자가 들어왔다. 담도암 말기의 그 환자였다. 극심한 통증에 병원으로 향하던 그는 마주 오는 차와 충돌했다.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은 만약은 없다에서 생명과 죽음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묻는다. 저자는 1주일에 서너 편씩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을 페이스북에 썼다.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 이들의 이야기와 생사의 길목에서 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관찰한 기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덮는 이불의 배가 아프다고 주장한다는 조현병 환자, 논산훈련소에는 전문의만 따로 모아놓은 부대가 있어서 환자가 스스로 진찰하고 처방도 한다는 등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얘기도 있다. (남궁인 지음, 문학동네, 316쪽, 1만4000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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