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법무부의 도 넘은 '자식 걱정'

입력 2016-07-05 18:03 수정 2016-07-06 02:16

지면 지면정보

2016-07-06A29면

법조 산책
“여섯 살짜리 어린아이가 위험한 물가에 가려는데 부모가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얼마 전 법무부 고위 관계자가 법률시장 3단계 개방 수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여섯 살짜리 어린아이’는 국내 법무법인(로펌)을, ‘위험한 물가’는 법률시장 개방을 뜻한다. 부모인 ‘법무부’가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자식인 ‘국내 로펌’을 돌봐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1일부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내 법률시장이 3단계 수준으로 개방됐다. EU에 속한 국가의 로펌이 국내 로펌과 합작로펌을 설립하고, 합작로펌은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정작 시장에서는 합작로펌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로펌이 한 군데도 없는 상황이다. 업력 제한(합작 대상 로펌 업력 3년 이상)·지분율 제한(최대 49%)·고용 제한(한국 변호사 수가 외국 변호사 수보다 많을 것) 등 규제의 벽이 너무 높아서다.

개방 수준을 두고 외국 로펌은 물론이고 외국 대사들까지 “FTA 정신에 위배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법무부가 줄곧 신중론을 고수한 결과다. 국내 법률시장에 줄 수 있는 충격을 고려해 개방 수준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단 약속한 3단계까지 개방한 만큼 추가 개방은 지금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밝혔다.
국내 로펌을 ‘여섯 살짜리 어린아이’로 비유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법무부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시장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책임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법무부의 우려대로 해외 로펌이 국내 로펌의 밥그릇 일부를 뺏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는 경쟁원리가 작동한다. 경쟁은 새로운 자극제가 돼 산업의 발전을 가져온다.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이 그 증거다. 김앤장이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정부가 ‘슈퍼맘’이나 ‘헬리콥터맘’처럼 과잉보호해야 할 정도로 국내 로펌이 허약하지 않다. 법무부는 법률산업이라는 경기장에서 국내 로펌과 해외 로펌이 서로 정당하게 경쟁하도록 심판 역할만 해주면 충분하다. 한쪽 선수의 부모가 돼 상대편 선수를 링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자식의 앞날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고윤상 법조팀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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