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은행 부실 드러나
긴급 구제금융 놓고 EU와 갈등
렌치 총리, 공적자금 투입 검토
부실은행 구제 방안을 놓고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에 반기를 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EU의 반대를 무릅쓰고 필요하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은행 구제에 나설 것을 결심했다”고 4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충격으로 상황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복수의 정부 및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긴급자금 동원 등 독자적인 공적자금 투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용의가 있다”며 “최후 수단이 되겠지만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국민투표 충격에 이탈리아 은행들의 주가가 30% 이상 폭락했고, 이달 말에는 스트레스테스트가 예정돼 은행 건전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말 400억유로(약 51조원)의 긴급자금 투입을 추진하다 EU에 제지당했는데 이 같은 방안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4월 출범한 부실은행 구제기금 ‘아틀라스’를 활용해 부실은행 자본을 확충하고, 원금을 다 돌려받기 어려운 부실대출(NPL)을 인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대출 규모는 약 2000억유로에 이른다. 이탈리아 정부는 아틀라스 펀드 규모를 지금의 두 배인 100억유로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국내외 투자자뿐 아니라 연기금에서도 돈을 끌어올 계획이라고 FT는 전했다.

이탈리아의 요구를 여러 차례 거절해온 EU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단일 은행감독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기를 든 이탈리아에도 사정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탈리아의 일반 국민도 2500억유로에 달하는 은행 채권을 갖고 있다”며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하는 방식(베일 인)으로 부실은행을 처리하면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상원제 폐지 등 개혁법안을 오는 10월 국민투표로 처리하기로 해 국민의 지지가 절실하다. 렌치 총리가 국민투표에 총리직을 걸었기 때문에 패배하면 극심한 정치 혼란도 예상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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