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 숙소를 통해 본 한국의 '호국·보훈'

입력 2016-07-03 17:45 수정 2016-07-04 01:42

지면 지면정보

2016-07-04A38면

낡고 열악한 군 숙소 여전히 많아
'인프라 구축' 차원 개선책 마련
국방부 주거대책도 손질 필요

제해성 <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
지난 2월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고 나서 국가적인 수준에서 관심 가져야 할 건축 정책을 고민하던 필자는 문득 군인이 살고 있는 군 숙소를 떠올리게 됐다.

예전에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확인했던 열악한 군 숙소 여건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궁금해 국방부에 연락해 봤다. 민간투자사업(BTL)을 통해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여전히 낡고 좁은 관사와 독신자 숙소가 전국에 수천 가구 남아 있고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도 낡은 시설물은 점점 늘어가는 구조라는 것이 국방부 설명이었다.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싶어 우리 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전방 지역 군 숙소를 둘러보고 왔다. 멀리서 봐도 딱 군 관사인 걸 알았다. 콘크리트가 부식돼 바닥으로 부스러져 내릴 것 같은 벽체, 방안 가득한 곰팡이, 아귀가 맞지 않아 끽끽거리는 창틀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갓난아기를 둘러업은 채 곰팡이 때문에 심해지는 아기의 천식을 걱정하는 새댁의 젖은 눈시울 앞에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과연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경제 규모 세계 11위 국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국가의 위상은 곧 군인의 위상이라고 하는데 한국 군인의 명예는 과연 어느 위치에 있단 말인가?

직업 군인 십수만 명, 가족까지 수십만 명이 관사와 독신자 숙소에 살고 있다. 이 정도 숫자라면 전체 국민 중에서 의미 있는 비율을 차지하며, 국가가 관심을 기울일 만한 규모다. 더구나 국가의 명령만 있으면 세계 각국으로 즉각 이동해야 하는 군인과 그 가족들의 삶이 걸린 문제다. 군인 가족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는 군인에게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우리는 과연 ‘우리 모두의 의무’인 호국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나라와 국민만 탓할 게 아니라 국방부의 주거 정책에도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 예산을 투입해 직접 건립·관리하는 것이 군 숙소 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주거시설 건립에도 관리에도 전문성을 갖고 있는 조직이 아니다.
민간이 됐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됐든 주거시설 건립에 대한 노하우를 갖춘 집단에 위임해야 한다. 덧붙여 정부가 정책적으로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과 군 숙소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군 주거 여건 개선사업을 국가의 주요한 건축 정책의 하나라고 판단하고 비중 있게 다뤄 나갈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관계 기관들의 의견도 청취하고 정책을 조율해 나가려고 한다. 다행히 국방부가 올초 ‘주거정책팀’을 신설했고 올해 안에 ‘군 주거 정책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군인과 그 가족의 주거 여건을 국가가 제공하는 것은 특정 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의 일환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국방 서비스를 군인들로부터 제공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국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방산 비리나 연이은 사건·사고로 인해 우리 군이 질타를 받는다 하더라도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헌신하고 있는 대다수 군인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호국이요 보훈이다.

제해성 <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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