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 어린이집 집단휴원…애꿎은 아이·학부모만 피해

입력 2016-06-23 20:07 수정 2016-06-24 00:33

지면 지면정보

2016-06-24A9면

현장에서
“결국 이틀간 어린이집 휴원이네요. 해마다 어린이집 뉴스가 등장할 때마다 직장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아요. 언제쯤 마음 편하게 직장을 다닐 수 있을지….”(아이디 deon****)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한민련)가 7월1일부터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에 반대하며 23일부터 이틀간 어린이집 휴원을 강행했다. 맞춤형 보육제란 워킹맘 아이는 종일제(12시간), 전업주부 아이는 반일제(6시간)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반일제에 대한 지원 보육료는 종일제의 80%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한민련은 맞춤형 보육 시행을 연기하고 반일제에 대한 보육료 역시 종일제와 같게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전국 어린이집 총 4만1441개 가운데 완전히 휴원을 한 곳은 없었지만, 당직 교사가 출근해 원하는 학부모만 어린이를 보내는 ‘자율등원’ 형태로 부분 휴업을 한 어린이집이 총 4867개(11.7%)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대적인 ‘보육대란’은 없었지만 이런 사태로 학부모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정부의 복지 예산 편성 때나 복지 정책이 바뀌는 시기마다 이 같은 어린이집의 집단 행동이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보육료 현실화를 앞세워 한민련은 자율등원 형태의 부분 휴원에 돌입했다. 2014년 11월에도 어린이집 단체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안 되면 장기 휴원 투쟁을 벌이겠다며 정부와 교육청을 압박했다. 2012년 2월에도 보육료 현실화를 요구하며 일부 민간 어린이집이 당직교사만 근무하는 등 휴원을 강행했다.

매년 반복되는 어린이집 휴원 예고에 피해를 입는 건 애꿎은 학부모와 아이들이라는 지적이 많다. 온라인 주부 커뮤니티에도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의 성토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자율등원이라지만 반강제로 휴원 동의서를 작성하고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냈다”(아이디 h2kk****)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종희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갑작스레 아이 맡길 곳이 없어진 취업모는 물론 감정선 등 뇌 발달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0~2세 시기에 어린이집조차 안정적으로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며 “복지부는 어린이집의 경영난과 한정된 보육 예산, 제도 운영을 모두 고려해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경제부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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