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 키워드는

'중향 평준화' 제안한 정진석 "새누리도 분배 고민할 시점"
'포용 성장' 강조한 김종인 "기초연금 30만원으로 인상"
'격차 해소' 주장한 안철수 "사회적 합의로 노사 모두 개혁"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사진)는 22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우리나라 전체 순자산이 1만원이라면 상위 30%가 7340원을 갖고 있고 하위 30% 몫은 250원에 불과하다”며 양극화 문제를 꺼내들었다. 안 대표는 “이런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우리 공동체는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교섭단체 연설의 대부분을 양극화 해소 문제에 할애했다. 양극화 문제가 내년 대통령 선거의 화두가 될 것으로 판단, 3당 대표가 이슈선점 경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3당 대표가 약속이나 한 듯 양극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해법을 놓고는 견해차가 뚜렷하다.

안 대표는 “20대 국회 차원에서 ‘격차 해소를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상임위별로도 마련하고, 국회의장이 앞장서 전체 국회 차원에서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불평등한 고용구조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확대됐다”고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연설에서 보수정당으로는 이례적으로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했고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후순위였다”며 “이제는 분배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복지·노동시장·경제구조 개혁을 통해 양극화 해소를 도모하는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했다. 북유럽 강소국인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사례를 차용한 것이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21일 연설에서 양극화의 문제점을 부각하며 ‘경제민주화’를 발판으로 한 ‘포용적 성장’을 주창했다. 김 대표는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고,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은 물론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일정 수입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까지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양극화 문제가 단순한 소득 격차를 넘어 노동, 부동산, 교육 등 사회·경제 전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면서 ‘바닥 민심’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안 대표는 “위기의 경고등이 지금은 구의역에 붙은 포스트잇이지만 임계점에 달하면 무서운 함성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점도 눈에 띈다. 정 원내대표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2·3세의 불법 경영세습 차단을 경제 양극화 해소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김 대표도 재벌 총수의 전횡 방지와 불공정거래 차단에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구체적인 해법에서는 세 정당의 접근법에 다소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노동 양극화 해소에 방점을 찍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에 기득권을 양보하는 ‘중향 평준화’ 방식을 제안했다. 반면 더민주는 대기업·중소기업의 격차, 고소득층·저소득층의 양극화 해소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사 모두 개혁해야 한다는 중재자식 의견이란 평가가 나온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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