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돈이 한국을 이탈해 해외 자산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인의 외국 주식 거래 규모는 140억달러로 한 해 전보다 78% 급증했다. 외국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나 금융상품들은 나오자마자 매진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생산기지가 중국 동남아 등지로 대거 이전한 데 이어 금융자산마저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는 증좌다.
투자자금 이탈은 한계에 봉착한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미래에 대한 판단이 기대수익률을 형성하고, 돈은 0.1%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좇기 마련이다. 절차상의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한국인조차 우리 경제의 미래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자들의 이런 생각은 코스피의 끝없는 부진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코스피는 최근 5년 동안 1.0% 오르는 데 그쳤다. 해마다 물가가 2~3% 안팎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미국 다우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60%, 31% 치솟았다. ‘증시는 꿈을 먹고 산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결과다.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는 끊임없이 새 아이디어와 신산업이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역동적인 경제 뉴스가 거의 끊어진 듯한 상황이다. 온갖 규제 탓에 기존 사업은 확장이 막히고, 새 비즈니스는 원천 봉쇄되기 일쑤다. 창조경제라는 명목 아래 진행되는 정부 주도 프로그램의 떡고물을 챙기려는 저급한 경쟁만 두드러질 뿐이다. 기업의 이익 추구 자체를 비난하는 분위기에서 경제 사회의 익사이팅한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우리 경제는 2%대 저성장 고착화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잠재성장률마저 2026년쯤이면 1%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암울한 진단이다. 더 우려되는 건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벌주기식 규제, 세금 나눠먹기식 복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만 들린다. 그 와중에 기업들의 투자도 국민들의 노후 자금도 줄지어 한국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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