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MBA]

"MBA 한물갔다고?…전문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 여전히 매력적"

입력 2016-04-19 19:27 수정 2016-04-19 19:28

지면 지면정보

2016-04-20C2면

MBA 선택한 직장인 4人 좌담회

경영전문대학원(MBA) 진학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국형 MBA를 마친 직장인들은 자기계발과 네트워크 확장, 일에 대한 열정과 성취감 확보 등 MBA만의 장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장재원 닐슨 세일즈이펙티브니스그룹 대리, 손정민 온누리약국 약사, 김현승 삼우씨엠 건축사사무소 대리, 오인철 알리안츠생명 과장. 신경훈 기자khshin@hankyung.com

국내 각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MBA 출신이 늘어나면서 MBA 출신의 경쟁력이 없다든지, 심지어는 한물갔다는 지적도 나오는 형편이다. 청년구직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많은 학비를 들여 MBA 졸업장을 받아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하지만 MBA 출신들은 단지 MBA가 ‘몸값’을 올리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경영사례 분석을 통한 이론적 무장과 다양한 분야 인사들과의 광범위한 네트워크, 수업을 준비하면서 보인 열정과 성취감 등은 직장 및 사회생활을 하는 데 남다른 자산이 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MBA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국내 MBA가 속속 나타나면서 해외 MBA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섣불리 하기 어려워졌다. 국내 MBA와 해외 MBA를 연계한 다양한 학위 프로그램이 등장해 글로벌 체험폭도 넓어지고 있다. 해외 유학생들이 국내 MBA를 찾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국내 MBA가 전문성과 글로벌 감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대학 MBA 과정을 이수했거나 이수 중이면서 일과 사회생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직장인 4인의 좌담을 통해 MBA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MBA에 대한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오인철 알리안츠 변액계정운영팀 과장=분명히 MBA가 초창기만큼 각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MBA를 택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MBA 진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본인의 직장경력과 MBA를 통해 진출하고 싶은 분야와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MBA 졸업장에만 기대서 이직을 한다든가, 학벌 전공세탁을 하려는 생각으로 MBA에 진학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를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재원 닐슨세일즈이펙티브니스 그룹 대리=이미 우리 사회가 학벌인플레 현상이 심한 사회이기도 해서 MBA를 나와봤자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MBA를 했다고 연봉이 크게 뛴다거나 각 기업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하는 그런 분위기는 이미 없어졌습니다. MBA를 통해 성공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통해서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계획이 명확히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막연히 MBA를 가려고 한다면 학비만 쓰고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정민 온누리약국 약사=MBA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MBA 진학은 아직까지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학부 전공이 약학이었지만 취업 후 회사를 다니다 보니 경영학 공부를 해보고 싶고 적용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꼈습니다. 본인의 발전을 위해 MBA는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김현승 삼우씨엠 건축사 사무소 대리=MBA 자체를 목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MBA를 통해 앞으로 커리어를 어떻게 할지 방향 설정이 안 돼 있으면 다른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갖고 있는 역량에 MBA가 시너지를 줄 수 있다면 충분히 MBA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MBA 과정을 다니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오 과장=전 직장인 PCA생명에서 보험심사 업무를 했습니다. 대학생 때도 자산운용사에서 인턴을 했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하는 것에서 큰 흥미를 느껴 좀 더 공부를 해야 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손 약사=약사라는 직업적 특성상 굳이 MBA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위의 만류도 있었지만 온누리약국 본사에서 맡았던 경영분석과 기획업무를 통해 저의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었고 MBA를 통해 새로운 약국 모델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김 대리=저는 학부에서 건축디자인을 전공해 해외 건설 현장에서 3년 정도 근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건설 기술자들이 현장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음에도 기술자다 보니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읽지 못해 사업화 등에 실패하는 것을 많이 보고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MBA에 진학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경력 전환이나 직장업무에 도움이 됐나요?

▷오 과장=제가 했던 고려대 파이낸스 과정은 1년 과정이어서 비용 대비 효용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했는데 지금은 펀드운용역으로 근무하고 있으니 경력 전환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 거죠. 금융회사에서 근무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득을 많이 봤고 이직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손 약사=저는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제약회사 영업과 마케팅을 거쳤습니다. 마케팅 전략을 짜는데 체계적으로 근거를 제시하고 전략을 짜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이화여대 헬스케어MBA를 통해 제가 근무하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부족한 점에 대한 지식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정 대리=전 직장에서부터 느낀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됐습니다. 중장기 기획을 하는 경영자 외에도 사원, 대리급에서도 기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MBA를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솔루션을 찾아주는 것을 배웠고 현재 직장에서는 주로 분석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연봉이 오르거나 승진에도 도움이 됐나요

▷김 대리=오히려 전 직장에서보다 연봉이 떨어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기업 다니다가 벤처로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대체적으로 연봉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긴 합니다만 단순히 연봉 인상을 바라고 진학하기보다 본인이 생각하는 커리어를 만들기 위한 지식을 얻는다는 실질적인 목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 대리=저는 1년반 동안 공부했는데 현재 연봉이 전 직장과 큰 차이가 없어서 사실은 손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MBA를 통해 지향하는 바가 있었고 내가 원하는 직무를 찾아 이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오히려 만족스럽습니다.

▷오 과장=저는 MBA가 경력에 인정이 돼서 이직하면서 직급도 높아졌고 연봉도 올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직무에 필요한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이 더 만족스럽습니다.

▷MBA를 하려는 지원자에게 충고를 한다면.

▷정 대리=MBA를 통해서 자신이 무엇을 얻고 싶은지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진학을 해야 합니다. 연봉을 올린다거나 대기업에 가고 싶다고 MBA를 가기보다 본인의 인생에서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생각하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MBA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목표의식도 있고 졸업 이후에도 본인이 원하는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손 약사=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진학하기보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하고 공부를 더 해야 할 필요가 생길 때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또 공부도 중요하지만 MBA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 과장=어느 MBA가 더 우수한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국내 상위권 대학 MBA들의 커리큘럼이나 국제화 진행 등의 수준은 상향 평준화됐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성향에 맞는 특화된 MBA를 고르고 MBA에 입학한 이후에는 어떤 자격증을 따고 어떤 곳으로 이직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김 대리=MB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지식 외에 본인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배우는 것만큼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정리=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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