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제·파견근로·청년 취업
결국 임금·일자리 나누는 문제
90%의 비노조원 권익 찾아야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이 12.5%로 치솟았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정부가 수많은 일자리 대책을 내놓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공회전 소리만 요란하다. 근본 원인은 ‘노동개혁’이라는 핵심이 빠졌기 때문이다. 노동개혁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노동개혁은 노사 간 이해 대립의 사안이 아니다. 근로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걸 인지해야 개혁이 이뤄지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사용자에게 이익이 되는 노동시장 개혁은 적어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근로자의 임금을 낮출 수 있는 법안을 국회가 통과시켜 줄 리 없다. 일정 시점에서 한 나라 경제, 또는 한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고 지불할 수 있는 임금총액은 이미 주어져 있다. 사용자가 이것을 깎으려고 시도하지 않는다면 노동시장 개혁은 일자리를 누가 차지하고 임금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정의로운 것이냐 하는 문제로 귀착한다.

사용자는 같은 양의 일(물론 질이 유지돼야 한다)에 대해 같은 임금을 줄 용의가 있다. 기존 취업자가 장시간 초과 근로를 하든, 정년을 연장해서 일하든, 젊은이들이 취업해서 일하든 사용자는 상관이 없다.

또 일을 많이 한 사람이나 일을 적게 한 사람이나 같은 임금을 가져가든, 어려운 일을 하고 더 많은 일을 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임금을 배분하든 사용자는 이해관계가 없다. 근로자들이 이 사실을 직시하고 일과 임금이 근로자 사이에 더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하자고 요구해야만 노동개혁은 가능해진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지금 가능한 노동개혁은 임금체계 개편
직무성과급제만 도입해도 절반 성공한 것


금체계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을 노동개혁의 우선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해고를 좀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지금 당장은 비현실적이다. 노조나 근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처럼 취직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고의 가능성을 털끝만큼이라도 높이는 일에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신 임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해고의 필요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직무급과 성과급이 보편화한 선진국에서 정년이라는 개념이 희박한 것도 임금을 조정하면 굳이 퇴직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임금은 직무 난이도와 일의 성과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보편화하기만 해도 노동시장 개혁은 절반을 이룬 것이다. 하는 일은 똑같은데 나이를 먹을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호봉제 풍토는 우리 노동시장의 큰 암이라고 생각한다.

노동개혁의 중점을 임금체계 개편에 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정년 연장은 60세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때마다 세대 간 일자리 다툼이 벌어질 것이고 그때마다 임시방편에 불과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노·사·정 간에 갈등을 겪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정년을 계속 연장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하루빨리 임금체계를 개편해 정년을 사실상 없애 버리는 것이 노사 양쪽에 더 좋을 것이다. 근로자들이 동의할 수 있고 법원이 납득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영자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직된 노동법이 일자리 빼앗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해마다 한 번씩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 국제비교를 발표한다. 2014년 통계를 보면 한국은 2057시간으로 최장시간 근로 국가라는 오명을 면치 못하고 있다. OECD 평균은 1706시간이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근로자를 혹사시키고 있다고 경영자를 비난하기도 한다. 이런 장시간 근로의 반사적 결과로 생산성은 아주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어느 완성차 회사는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26.8시간의 노동력을 투입한다. 미국의 14.7시간은 물론 중국의 17.7시간보다 현저히 많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임금은 미국보다 68% 높고, 중국에 비해서는 7.2배에 달한다.

한국 근로자들이 세상에서 제일 무능하거나 게을러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 개별 근로자의 근로능력과 의욕은 세상이 다 알아주는 바다. 경직적인 노동법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50조는 1주일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53조는 당사자가 합의할 경우 1주일 12시간에 한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56조는 연장·야간·휴일 근로 때에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의 권고가 25%인데 우리나라가 굳이 거의 벌칙 수준인 ‘50% 이상’의 높은 할증률을 규정한 것은 경영자로 하여금 근로자에게 가급적 주 40시간 이상 일을 시키지 말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할증률은 근로자에게 어떻게든지 연장근로를 많이 하고 싶게 하는 효과로 변질됐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경영자는 일감이 늘어나도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한 많은 고정비용을 들여 생산설비를 확대하기를 주저한다. 또 일단 고용하면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경직적인 우리 노동법제 하에서 고용은 설비 못지않은 고정비용이 돼 주문이 줄어들 때 타격을 증폭시킨다. 일감이 줄면 설비는 팔아치울 수라도 있지만 사람은 해고할 수 없다.

파견제도가 활성화돼 있는 선진국은 일감이 넘치는 기간만 파견을 받아서 해결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것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파견직이라도 좋으니 일자리를 달라는 취약 근로계층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결국 우리 노동법이 설비와 고용을 늘리는 것보다는 연장근로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노조에 집중된 권력

높은 할증률은 어려운 해고, 극히 제한된 파견제도 등과 결합해 근로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과 가족과 함께하는 휴일을 포기하게 한다. 미취업 젊은이와 파견근로자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근로자를 대표한다는 노조가 앞장서주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근로자의 이익은 하나가 아니다. 미취업 청년과 노조 가입은 꿈도 못 꾸는 취약계층 근로자가 노동개혁의 우선적 수혜자가 돼야 한다. 이들을 조직화하고 이들이 더 많은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조는 이런 일을 해낼 의사도 능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대변하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근로자 극히 일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에 너무 많은 발언권을 주고 노조와 합의해서 노동시장 개혁을 이루라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점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취업자는 1842만명의 임금근로자와 639만명의 비(非)임금근로자로 구성돼 있다. 임금근로자 중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는 한국노총 소속 84만명(4.6%), 민주노총 소속 63만명(3.4%), 상급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조 소속이 43만명(2.3%)으로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실업자 98만명을 비롯한 취업희망자가 322만명이고, 이 중 109만명이 청년층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취업자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노조는 겨우 전체의 8.7%를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노·사·정 협의에 참여하는 한국노총은 3.9%를 대변하고 있다.

노조가 취약 근로자들이 원하는 것을 반대하는 가장 극명한 사례가 기간제 근로의 기간 확대와 파견근로 허용 범위 확대다. 임금근로자 중에는 일정한 기간을 정해 고용된 기간제 근로자가 286만명(15.5%), 파견근로자가 21만명(1.1%) 포함돼 있다. 이들은 무기계약직(흔히 정규직이라고 잘못 불려지고 있다)과는 전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에게 물어보면 대다수가 한 직장에서 가급적 오래 근무하고 싶다고 답한다. 심지어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법이 자신의 근로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청구한 사례까지 있다. 근로기간이 2년을 넘어서면 정규직으로 정식 채용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2년 이상 근무하다 보면 숙련도가 높아지고 동료의식도 고양돼 계약기간이 따로 없는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통계가 없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조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기간제 사용 허용 기간 연장을 반대한다.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지 않으면 2년 이상 못 쓰게 함으로써 정규직 채용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검증되지 않은 효과를 내세워 “당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내가 더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하지 말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의 법 개정안대로 그냥 ‘당사자가 원하면’ 2년 더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면 왜 안 되는 것일까.

파견 허용 범위의 확대 문제는 노조가 반대할 이유가 조금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파견은 일시적인 노동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제도다.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기존 근로자들이 초과근무로 50%의 높은 할증률을 적용한 임금을 받고 일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파견근로자는 대부분 그 업종의 퇴직자들, 즉 고령자와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소위 정규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이들에게 일시적으로 늘어난 일감까지 양보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사용자로서는 파견직을 쓰면 50% 할증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반사적 이익이 있기 때문에 강력히 주장하지 못한다. 노동시장 개혁이 노사 간의 이해 대립이 아니라 한정된 일자리와 임금을 어떻게 나눠 가질지를 놓고 벌이는 근로자 간의 문제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근로자가 노동개혁 앞장서야

모두에게 ‘하나의 틀’을 적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경직성이 초래된다. 의사결정권 분산과 자치가 유연성의 원천이다. 업종이나 기업, 근로자가 처한 상황이나 이해관계가 다 다른데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노동법, 하나의 단체협약, 하나의 취업규칙 등과 같은 하나의 틀을 만들어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작은 문제를 모아서 해결 불가능한 큰 문제를 만드는 격이다. 노·사·정 대타협이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개별 기업의 노조가 산별노조로부터 탈퇴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제 개별 기업의 노조가 상급단체의 선택과 결정이 자신에게 최선이 아닐 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문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노조와 근로자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물론 노조는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제대로, 균형 있게 대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미취업자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의 이익까지 배려하지는 못할지라도 조합원인 근로자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고자 할 것이다.

실은 근로자들도 개별적으로 사정이 다 다르다. 노조가 만들어주는 단체협약보다 더 좋은 조건의 근로계약을 회사와 체결할 수 있는 근로자에게 노조는 사실 큰 도움이 안 된다. 노조가 필요한 대상은 평균 또는 그 이하의 능력과 성과를 가진 근로자다. 노조는 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근로자가 자신의 능력이나 성과보다 더 나은 근로조건을 누리고 있다면 그것은 능력이나 성과가 높은 동료들의 부담으로 가능한 것이다. 노조가 사용자로부터 쟁취한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하나의 틀’이란 획일성과 경직성 때문에 손해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동료를 위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획일적인 임금체계는 우리 경제와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려 국가적 손실까지 초래한다. 개인의 미덕으로 생각하고 내버려둘 수 없는 것이다. 능력과 성과가 모자라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은 사회보장 정책의 몫이지, 노동시장을 왜곡해서 해결할 일은 아니다.

개별적인 선택권의 회복과 확대는 당사자가 주장해야 한다. 단위 기업의 노조는 산별노조로부터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5년간의 법정투쟁을 해야 했다. 근로자들도 하나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묶이지 않고 별개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사용자와 맺을 권리, 나아가서는 개별 근로계약을 맺을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쟁취해야 한다. 근로자들이 노동개혁에 앞장서주기를 기대한다.

박병원 객원大기자는

△1952년 부산 출생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행정고시(17회)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제1차관 △우리금융그룹 회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전국은행연합회장 △서비스산업총연합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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