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세운 창업학교 송도에 유치…아시아 벤처 허브로 키울 것"

교내 창업문화 확산 위해 도서관에 전용공간 마련
인공지능이 곧 인간 넘어서…문사철로 창의력 강화
성적 안좋아도 튀는 아이디어 있는 인재 뽑을 것

만난 사람 - 이재창 부국장 겸지식사회부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취임 한 달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입학사정관이 수시로 전국 각지에서 특색있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입학전형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구글 등이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싱귤래리티대를 내년 3월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에 유치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창업할 수 있도록 교내에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한 달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김 총장은 교육과 연구, 창업, 입시, 행정제도 등 각 분야의 개혁안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김 총장은 “문학 역사학 철학 등 지식 수명이 길고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주는 기초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며 “창업 아이디어가 좋은 학생을 뽑는 창업전형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은 이공계를 강화하는 최근의 기류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과학계는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학생들이 미래에 어떤 사회에서 어떻게 살게 될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전공지식만 가르치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과과정과 기숙사 생활·동아리 활동 등의 비교과과정을 연계하는 게 한 방법입니다. 연세대는 신입생 전원이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강의를 통해 인문학을 배우고, 소모임이나 동아리 등에서 쌓은 지식을 창업에 활용하거나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인문학 강화가 취업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문학은 생명력이 길고 적용범위가 넓습니다. 시장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파악해 그 니즈를 충족하는 상품이 통하기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우스는 바다를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비로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는 세이렌이 있는 섬을 지납니다. 그는 유혹에 넘어가는 것을 자제하기 어려울 것 같아 선원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어놓도록 했습니다.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의지박약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습니다. ‘바퀴 달린 알람시계’입니다. 아침잠을 이기지 못해 알람을 끄고 다시 자는 현대인을 겨냥한 것이 시장에서 통한 것이죠. 다른 신화에서는 또 다른 아이디어가 나올 겁니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은 창업을 적극 육성한다고 하지만 아직 창업을 낯설고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창업이 유별난 일이 아니라 ‘문화’로 자리잡도록 학술정보원 중앙 라운지를 창업 공간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회의와 토론을 하고, 지나가는 학생도 이를 보면서 창업을 ‘나도 할 수 있는 일’ ‘도전할 만한 일’로 생각하게 하는 문화가 퍼져나가게 할 것입니다. 대학생은 실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더 많은 재학생이 창업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연세대 창업지원단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예산의 70%를 지역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지역사회에 쓰고 있습니다. 대학이 재학생을 위해 쓸 수 있는 예산을 70%로 늘려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여러 차례 강조한 글로벌 창업 지원을 위한 구상을 듣고 싶습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창업할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세계 최대의 특허관리·벤처인큐베이팅 전문회사가 연세대와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NASA, 구글 등이 세운 창업교육 전문학교인 싱귤래리티대를 송도 국제캠퍼스에 유치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세대생은 물론 일본, 중국 등에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송도로 모여들 것입니다. 이 대학 유치를 둘러싸고 중국 칭화대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송도를 아시아의 벤처중심지로 만드는 데 정부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있습니까.

“학생들이 국내에서 해외로 시야를 넓히길 바랍니다. 해외 동문 네트워크와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 등과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더 많은 해외 취업 기회를 만들 계획입니다. 원주혁신도시에 이전한 13개 공공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해 학생들에게 현장실습과 취업의 기회를 마련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실무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된 학생 팀이 기업에 나가 해당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익스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려고 합니다. 기업에 들어가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 ‘인턴십’보다 적극적인 개념인 익스턴십은 학생들이 컨설턴트가 되는 것입니다. 매출이 적어 고민하는 자영업자, 특정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컴퓨터 회사 등 다양한 곳이 이들의 아이디어를 필요로 합니다. 익스턴십을 통해 취업 전에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고, 취업할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학문 간 융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학과의 교수가 공동 연구를 하면 연구비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융합 연구를 유도할 것입니다. 또 교수들이 모이는 교직원 식당에 아이디어 소통 공간, 새로운 연구결과를 나눌 수 있는 세미나 공간을 확보할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교환하다 보면 많은 교수가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병원과 의대, 공대 등이 신촌캠퍼스에 모여있는 강점을 활용할 복안이 있습니까.

“의과학 관련 기관들이 모여 있는 것은 연세대의 특장점입니다. 생명공학기술(BT)과 정보기술(IT), 의학 등이 융합하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것입니다. 의료원 교수와 본교 교수의 교류·협력 기회도 늘릴 계획입니다. 국제캠퍼스가 있는 송도는 최근 신약 개발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캠퍼스 간 네트워킹을 통한 시너지도 기대할 만합니다.”

▷입시제도 개편 계획이 있습니까.

“입학사정관이 수시로 전국을 다니면서 특색있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내신이나 논술 등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의성이 돋보이는 학생을 가능성을 보고 인재로 키우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창의성이나 개성은 학원 등에서 길러지는 것이 아닌 만큼 사교육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공정한 선발을 위해 선발 이유 등을 공개할 의향도 있습니다. 또 좋은 창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창업전형’ 신설도 고려 중입니다.”

▷윈터캠프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동남아시아 등 눈을 보기 어려운 지역의 학생들이 강원 평창에서 겨울스포츠와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윈터캠프를 올해 12월부터 열 계획입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한 각종 경기장과 시설물이 평창에 들어서 있습니다. 이 같은 인프라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가 올림픽 이후 폐허로 방치하고 있는 해외 사례가 많습니다. 평창의 시설, 평창과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연세대 원주캠퍼스 기숙사 등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인공지능 발달, 100세 시대 도래 등 세상이 격변하고 있습니다. 1000년 이상 지속해온 기관인 대학도 이제는 생존의 문제에 맞닥뜨렸다고 봅니다. 한국 대학은 정원 한 명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고 등록금 한 푼 올릴 수 없는 규제에 발이 묶인 상태입니다. 이대로는 해외 대학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없습니다. 공공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줘야 합니다. 정부가 올해 전국 14개 시·도에 특정 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기로 한 ‘규제 프리존’에 대학도 포함해야 합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연세대 최초의 사회학과 교수 출신 총장이다. 사회연결망(네트워크) 전공자답게 “향후 사회에서의 경쟁력은 누구와 어떻게 연결돼 있느냐가 좌우할 것”이라며 네트워크와 융합을 강조한다. 최근 국제적인 벤처인큐베이팅회사와 연세대 학생 창업 국제화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따뜻한 성품으로 학생들이 따른다는 평이다. 사회과학대학장 재직 시절 장애학생 5명을 위해 연희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공사로 자기 연구실을 내놓아야 하는 일부 교수가 “5명의 장애학생을 위해 7명의 교수가 연구실을 옮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반발하자 김 총장이 “이는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성의 문제”라고 설득한 일화는 유명하다.

국무총리실 인문사회위원회,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화비전위원회 등 다양한 정부기구에서 활동하며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195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미국 시카고대 석·박사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 겸 행정대학원장 △연세대 학부대학장·입학관리처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

정리=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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