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그랜트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

브레인스토밍, 대세에 묻혀 튀는 아이디어 안나와
"이렇게 하면 회사 죽는다" 아이디어 토너먼트 해볼만
창의적인 사람과 저돌적이고 무모한 사람은 달라
독창적이면서 위험 회피적인 기업가가 성공

“브레인 스토밍은 창의성을 죽인다. 중간 관리자를 배제시켜라. 조직의 창의력을 끌어올리려면 ‘권력간 거리’(power distance)를 줄여라. 리스크는 회피하되 대세에 따르지는 마라. 순응하지 않는 자가 세상을 바꾼다.”

인터뷰 시간은 40분에 불과했지만 애덤 그랜트 교수는 속사포처럼 자신의 주장을 쏟아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의 최연소 종신교수답게 그는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명확한 논리와 근거를 들이댔다.

그는 미국서 가장 각광받는 컨설턴트다. 구글과 페이스북, 골드만삭스, IBM 등 실리콘 밸리와 월가를 상징하는 미국의 대기업에서부터 미 육군과 해군, 세계경제포럼(WEF), 유엔, NFL(미식축구리그) 등 국제기구와 스포츠단체까지 그에게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자문을 요청했다. 최근 출간된 <오리지널스(Originals)>(한경BP)의 국내 출간을 계기로 뉴욕에서 그랜트 교수를 만나 창의적인 개인과 조직의 비결을 들어봤다.

사진=프리랜서 정지상

▶책 부제가 ‘순응하지 않는 자가 세상을 바꾼다’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밖으로 꺼내지 않아 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유가 뭡니까.
“두려움입니다. 거부되거나 무시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조직은 다른 사람의 제안이 훌륭하더라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리지널스》는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실행하며, 혁신을 이룰 것인가에 관한 책입니다.”

▶기업에서는 중간관리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데 가장 소극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가장 강하기 때문입니다. 중간관리자는 윗사람을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먼저 생각합니다.”

▶조직의 최하위층은 어떤가요.
“그들은 잃을 것이 없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서 실패하더라도 지위가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고, 조직에 기여하게 됩니다. 최고위층도 비슷합니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고, 사람들도 창의적인 뭔가를 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브레인 스토밍이 창의력을 죽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사실입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우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다 보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상황(production blocking)에 처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어리석다고 하지 않을까 우려해 스스로 아이디어를 죽입니다. 마지막으로 순응성이 작용합니다. 대세에 따라가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대안이 있습니까.
“모임이나 회의의 설계를 다르게 해야 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는 브레인 스토밍이 아닌 ‘브레인 라이팅(brain writing)’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회의 참가자를 각자 다른 방에 넣고 아이디어를 내게 한 뒤 함께 평가하는 겁니다. 집단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생산하지는 못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정확하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집단지성이 개인의 직관적 아이디어를 능가하다는 게 동양적 사고입니다.
“사람들은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하나의 두뇌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브레인 스토밍이 더 나은 방법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대신 그룹이 아닌 혼자 일하게 하는 것이 더 많은,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이라는 것은 많은 실험으로 검증됐습니다.”

▶교수님이 만난 기업 가운데 인상적인 곳은 어디였습니까.
“저는 두 가지 전혀 서로 다른 회사와 일하는 것을 즐깁니다. 첫째는 진정한 독창성을 갖고 있고, 이를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픽사(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대표적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창의적인 영화를 만들어 냅니다.”

▶두번째는 어떤 기업인가요.
“스스로를 창의적이지 않다고 여기고, 경쟁사가 자신들을 시장에서 쫓아낼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회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새롭게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두 회사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지만 창의력을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육군사관학교나 해군은 어떤가요. 상명하복, 즉 조직에 순응하는 것이 구성원의 갖춰야 할 기본덕목인 곳입니다.
“전쟁 상황에서는 계획했던 작전과는 달리 다른 수많은 변화들이 생깁니다. 미 육군은 이를 통해 일사불란한 지휘모델은 아래로부터의 좋은 아이디어를 배척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미 해군은 ‘이노베이션 세일(innovation sale)’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
“하급장교들로 하여금 ‘비록 내가 지휘관은 아니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을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상관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외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해군은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파트너십을 갖고 있습니다. 혁신의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기업이 독창성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어떤 게 있습니까.
“제가 즐겨 쓰는 방법 중 하나가 ‘회사 죽이기’ 프로그램입니다. 직원들을 그룹으로 나눠 자신이 속한 회사를 없애는 방법을 찾도록 지시하는 것입니다. 이 훈련은 직원들을 굉장히 흥분시킵니다.”

▶그게 전부입니까.
“아닙니다. 그들이 회사를 파괴하는 방법을 찾아오면 이번에는 정반대 지시를 합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경쟁사가 실현하기 전에 회사를 구할 방법을 찾도록 합니다. 이 훈련의 장점은 모든 참가자가 아이디어를 내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혁신 토너먼트입니다. 많은 회사가 운영하는 제안함 제도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일정한 예산 범위에서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겁니다. 회사에서 혹시 놓치는 아이디어가 없는지 알 수 있는 방법입니다.”

▶골드만삭스도 컨설팅을 받았더군요.
“최고 인재가 모이는 조직의 문제점은 모두가 비슷한 교육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사고의 다양성을 상실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학 외에 공학과 수학, 역사학, 문학과 시를 전공한 학생까지 뽑습니다.”

▶경험해본 곳 중에서 창의성이 가장 잘 보장되는 기업은 어디입니까.
“브리지워터라는 헤지펀드입니다. 조직원에게 ‘당신의 의견을 말해보라’고 하는 분위기가 가장 잘 정착된 곳입니다. ‘다르게 생각하기’라는 문화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게 했습니다. 현상유지를 깨뜨리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적 기업가로는 누구를 꼽습니까.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금융결제회사에서 시작해 전기자동차, 지금은 우주 탐사까지 하고 있습니다. 아주 비범한 인물이죠.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성공하겠다’고 얘기하지 않고 대신 ‘도전해보겠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한 리더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모든 것을 섭렵했다는 이유로 리더가 돼서는 안 됩니다.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불합리한 규칙을 바꾼 사례가 있어야 합니다. 리더는 아이디어가 많아야 합니다. 하나의 큰 아이디어보다 적어도 8~9개의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사람들이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창의성이라는 관점에서 한국기업들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 기업들과 일한 경험이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대체로 서양기업의 직원들이 보다 자유롭게 각자의 아이디어를 얘기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동양기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계 기업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 소극적인 편입니다.
“권력자와 비권력자 간의 거리, 즉 ‘파워 디스턴스(power distance)’가 크기 때문입니다. 서양 문화는 리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보다 조직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둡니다. 동양에서는 조직 1인자가 되면 새로운 비전과 아이디어, 전략을 이끌어내는 것이 의무가 됩니다. ”

▶조직이 커질수록 사고의 다양성이 줄어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에 ‘튀어나온 못이 망치를 맞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직이 커지면 순응성이 시작됩니다. 시끄러운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죠. 사람들은 다수의 방식을 따르고, 다르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혁신이 중단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는 다릅니까.
“순응하지 않는 것은 달리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성공 확률도 높습니다. 위험 감수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에 도전하는 행위입니다. 생각이 다른 것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가 정신은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독창적인 인물에 대해 사람들은 일종의 신화를 갖고 있습니다. 저돌적이고 무모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입니다. 성공한 기업가는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한 인물입니다.”

▶실제 어떤 사례가 있습니까.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자신이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다른 사람들이 살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도 1년 넘게 하버드대를 더 다녔습니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는 개발한 검색엔진을 수백만달러에 팔려고 했습니다. 사려는 기업이 없어 회사를 세워 직접 사업을 한 거죠. 성공이 불확실한 아이디어로 무조건 모험을 할 이유는 없겠지요.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인가요 아니면 길러지는 것입니까.
“둘 다입니다. 심리학에서는 항상 어느 정도 천성(nature)과 양육(nuture) 양면이 모두 있다고 봅니다. 유전적으로, 혹은 조기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들보다 독창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날 때부터 고정돼 있다거나 전자제품의 회로처럼 내장돼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십니까. (그랜트 교수의 강의는 와튼스쿨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테드 토크(TED Talk)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학생이 팀을 이뤄 대부분은 동의하지 않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발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시간은 5분입니다. 물론 각 팀은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놀랄만한 아이디어들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 고정관념을 깨거나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기 위한 방법이 있습니까.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는 중간에 중단하는 방법을 즐겨 씁니다. 일을 질질 끄는 사람들이 많은데, 마지막 1분까지 글의 완성을 미뤄놓는 것입니다. 글의 단락을 마무리짓기전에 사흘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단번에 끝마쳤을 때보다 훨씬 나은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무의식속이 계속 일을 하는 것이죠.”

▶자녀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십니까.
“3명의 자녀가 있지만 아내와 저는 가정을 실험대상으로 삼지말자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대신 아이들을 여러 분야의 리더들에게 자주 노출시킵니다. 해리포터와 같은 소설책이나 위인전을 많이 읽도록 합니다.
(그랜트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고 “규칙을 최소화”하라고 조언했다. 상위 5%의 창의적인 아이들이 속한 가정과 평범한 아이를 둔 가정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보면 중요한 차이점은 규칙의 숫자라는 설명이다. 평범한 가정의 경우 평균 6개의 규칙을 갖고 있었다. 숙제는 언제까지 끝마쳐야 한다거나 취침시간은 언제라든가 하는 것들이다. 반면 창의력이 높은 아이들의 가정에서는 기껏해야 1개 정도만 있었다. 그는 “창의력은 배양하기 어렵지만 꺾기는 쉽다”며 “규칙의 숫자를 줄임으로써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한국에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온 훌륭한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진정한 독창적인 기업으로 발전하면서 아시아가 더 이상 값싼 물건이 아닌 새롭고 더 나은 무엇가를 보여주는 곳을 상징하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 애덤 그랜트 교수는…

애덤 그랜트는 리더십과 팀워크 분야의 전문가다. 인력관리 등에 대한 독창적 연구로 31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로 임명됐다.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미시간대에서 조직심리학 박사과정을 3년 만에 끝냈다.

그는 와튼스쿨에서 4년 연속 ‘최우수 강의평가상’을 받을 정도로 인기 있는 교수이자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유명 저술가다. 2013년 낸 첫 번째 저서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로 명성을 얻은 그는 신작 《오리지널스》를 이달 초 출간했다. 나오자마자 아마존 종합베스트셀러 5위에 올랐다.

그랜트 교수는 이 책에서 대세에 순응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전통을 거부하는 독창적 사람들을 ‘오리지널스’로 부르며, 세상을 변화시킨 독창적 리더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포천지는 그랜트 교수를 2012년 40세 이하 ‘세계 톱 비즈니스스쿨 교수 40인’ 중 한 명으로 꼽았다.

△1981년 8월 미국 필라델피아 출생 △하버드대 심리학과 졸업 △미시간대 조직심리학 박사 △노스캐롤라이나대 부교수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지면 제약으로 2016년 2월15일자 A12면에는 이 기사 중 일부만 게재됐습니다. 현재 여러분이 보시는 것은 인터뷰 전문입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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