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기업 경쟁력이 국력이다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기업과 기업가를 제대로 서술한 내용이 없다. 국부(國富)와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주인공이 바로 기업과 기업가이지만 교과서의 홀대는 심하다. 기업인을 영웅처럼 소개하는 미국과 일본 교과서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적절한 교육의 부재(不在)는 기업과 기업가를 질투와 시기의 대상으로 적대시하는 집단 무지로 나타난다. 기업과 기업가가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가 즐기는 거의 모든 문명의 이기(利器)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업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알아보자.

정주영

정주영…무에서 유를 창조

1934년 쌀 배달을 시작한 청년 정주영은 조선소를 짓고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아무 것도 없는 울산 미포만 백사장에 결국 조선소를 지었고, 자동차 기술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라에서 이것저것 두드려 자동차 산업을 키워냈다. 세계 기업사에도 드문 정주영이지만, 학생들이 읽는 교과서엔 ‘소떼를 몰고 방북한 정치인’ 비슷하게만 그려져 있다.

기술력과 자금력도 전혀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대형 선박 조선소를 만드시오’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인물이 정주영이었다. 돈을 빌리기 위해 영국과 그리스를 돌아다닌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내밀며 ‘우리는 16세기에 이런 철갑선을 만들었다’고 설득했다.“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 의심하면 의심하는 만큼 밖에는 못한다.” 조선소를 세우고, 자동차 산업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정주영과 현대그룹이 만들어낸 국부와 일자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위에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들은 일했고 임금을 받았으며 가족을 꾸려나갔다.

이병철

이병철…반도체 신화를 창조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의 초기는 미약했다. 산업기반이 전혀 없던 시절에 기업다운 기업이 있을 수 없었다. 삼성은 삼성물산에서 컸다. 설탕 비료 종이 페니실린 등을 수입하고, 오징어와 쌀 등을 수출하던 작은 기업이었다. 이 정도 기업에 만족했던 반도체 삼성은 있을 수 없었다. 기업가는 모험가 아닌가. 이병철은 1982년 경기도 기흥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며 땅을 둘러봤다. 당시 반도체는 일본처럼 높은 기술력을 가진 나라만 할 수 있는 최첨단 산업이었다. 반도체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일본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상식이었다.

이병철은 임원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만들어냈다. 당시 일본 기업들은 ‘한국이 무슨 수로 반도체를 만드냐’며 콧방귀를 꼈다. 이병철은 해외에 유학 중이던 고급두뇌들을 불러모아 불철주야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삼성의 반도체기술력은 세계 최고가 됐다.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도 삼성반도체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반도체 투자는 삼성을 부도로 몰고갈 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이수만…립싱크도 장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은 가수출신 CEO다. 이수만은 일반 제조업보다 문화에서 기회를 찾아낸 독특한 인물이다. 기업가는 예리한 후각과 기회 포착력을 갖춘 사람이다. 그는 이른바 비디오형 가수의 출현을 창조했다. 이전에 없던 형태였다. ‘립싱크도 장르다’는 컨셉트를 누가 떠올릴 수 있었을까. 립싱크를 적극 도입하자 가수의 몸과 손이 자유로워졌다. 여기에 그는 춤을 얹었다. 격력한 춤 위에 따라오는 노래는 음악계를 뒤집어 놓았다. 아이돌과 걸그룹을 만들어냈고, 아시아와 유럽, 남미에서 한류를 창조했다. 이수만은 새로운 영역을 창출한 선구자다.

록펠러와 스티브 잡스…편견을 깨다

록펠러와 잡스만큼 혁신을 노래부른 기업가도 없다. 록펠러는 석유 독점기업으로 악명이 높다. 그가 설립한 스탠더드 오일은 초기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 석유기업을 줄줄이 사들였고, 가격을 후려치는 방법을 동원했다.

낮아진 석유가격 탓에 경쟁자들은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록펠러의 전략은 가격다운을 통한 승기잡기였다. 석유를 기존보다 훨씬 낮은 10분의 1 가격으로 팔았다. 록펠러는 석유제국을 이뤘다. 그의 이런 가격전략은 당시 미국에서 엄청나게 태동하던 제조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록펠러 덕분에 연료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록펠러 덕분에 미국 제조업은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이것이 초강국 미국을 만든 1등 공신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스티브 잡스는 기존 피처폰의 한계를 스마트폰으로 혁신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노키아 천국이었던 휴대폰 시장에 터치형 스마트폰으로 도전한 것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피처폰에 안주한 노키아는 이후 망했고, 애플 아이폰은 세계 최강 기업으로 우뚝 섰다.

기업가는 자유속에서 살고, 통제 속에서 시든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과 기업가들이 뛰어놀 수 있게 하는 환경이다. 싱가포르와 네덜란드가 롤모델 국가인 이유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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