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음주 시위' 등장
소주병 뒹굴고 쓰레기 천지

지난 14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는 술을 마시는 시위대의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도로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오른쪽) 옆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김동현 기자

지난 14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대로에서 경찰의 차벽에 막혀 시위가 소강 상태에 빠지자 50대 후반의 남성 한 명이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인근 인도에서 시위대 사이를 돌아다니며 외쳤다. 그는 “이럴려고 시위 나왔느냐”며 “차벽 앞으로 나가 경찰과 싸우자”고 선동했다. 술냄새가 났고 혀도 꼬여 있었다.

대규모 시위가 있을 때마다 보이는 음주시위가 이번 ‘민중총궐기’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서울역 롯데마트 관계자는 “인근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리면 생수와 함께 막걸리가 평소보다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인근의 한 편의점 점원도 “오피스 밀집 지역이라 술이 거의 안 팔리는데 시위가 있으면 소주가 많이 나간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위가 벌어진 세종대로변 인도에는 술을 마시는 시위대가 자주 목격됐다. 노점에서 구입한 어묵과 닭꼬치 등을 안주로 술잔을 기울였다. 프레스센터 앞 화단 등은 금세 빈 술병으로 가득찼다. 치우는 것은 서울시 소속 환경미화원의 몫이다. 미화원들이 한창 술병을 치우는 와중에 바로 옆에서 술을 마시는 시위 참가자들도 보였다. 한 미화원은 “집회 관련 집기와 유인물만 해도 쓰레기가 많은데 술병까지 치우려니 힘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같은 근로자 입장에서 자기가 먹은 술병 정도는 치워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음주시위는 시위 분위기를 폭력적으로 흐르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경찰 관계자는 “취객들의 난동을 막기 위해 운동경기장에 주류 반입을 금지하는 것처럼 시위 현장 음주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보단체들은 대부분 시위에서 음주를 방관하면서 해외에서는 엄격히 단속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원정시위를 떠났을 때 내린 지침에서 “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면 즉시 연행된다”며 시위 중 음주를 금했다.

박상용/김동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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