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PB전쟁-하]

신라면 꺾은 오모리김치라면…"맞춤형 상품이 PB 발전 견인"

입력 2015-10-30 10:36 수정 2015-11-05 10:37
편의점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PB 열풍의 중심에는 MD(상품기획자)가 있다. 편의점 업계를 뒤흔들었던 PB상품들이 바로 이 MD들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편의점 MD는 단순히 상품을 고르고 계약하는 바이어가 아니다. 기획에서부터 제조, 유통,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멀티 플레이어이자 사령탑이다. CU와 GS25 등 대표 편의점 MD로부터 성공비법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김아름 기자 ] “만드는 사람이 확신을 가져야죠.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사장님과 제조사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겁니다.”

라면 시장만큼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도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리는 것만 팔리는 시장이 또 라면 시장이다. 신라면이 무수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수십년째 1위를 지키는 이유다. 하지만 GS25에서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GS25의 PB 라면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은 지난해 말 출시되자마자 9개월 연속 라면 부문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시적 돌풍이 아닌 장기 집권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2일 GS타워에서 만난 박성호 MD는 골리앗을 꺾은 다윗이었다.

“라면업계에서 신라면을 잡는다는 건 불가능한 꿈에 가깝습니다. 편의점은 원래 컵라면이 훨씬 많이 팔리는 곳인데, 그럼에도 라면 매출 전체 1위는 신라면 봉지라면이었습니다. 그걸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이 이긴 거죠.”

히트 상품은 반드시 사연을 동반하는 걸까. 오모리김치찌개라면 역시 제작 전 반대에 부딪혔다. 원조 오모리김치찌개집의 허락을 받아 한숨 놓은 순간 제조사인 팔도가 '불가'를 외친 것. 원조의 맛을 그대로 옮겨오고자 했던 것이 문제였다.

“맛집 상표를 달고 출시되는 상품들은 거의 모두 레시피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지만 우리는 진짜 원조의 맛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실제 원조 맛집의 김치와 김칫국물을 사용했죠. 제조사에서는 원물이 포함되면 제조공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진짜 맛을 내야 한다는 저희의 주장에 결국 원물 김치를 넣기로 했습니다.”

팔도의 고민도 이유는 있었다. 원물을 사용하면 원조 맛집의 김치가 떨어지는 순간 공장도 생산을 멈춰야 한다. 유통망이 한정된 편의점PB에서만 가능한 기획이다.

"가장 중요한 게 원조 맛집의 김치 확보였죠. 다행히 사장님께서 김장 양을 크게 늘렸고 저희도 김장을 돕는 등 물량 확보를 위해 모두가 마음을 모았습니다. 라면에 국물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김치가 남기도 하는데, 이 김치를 이용해 1인용 김치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기획 중입니다."

결과적으로, 팔도가 고집을 꺾지 않았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은 현재 월 100만개를 팔아치우며 월 매출 13억원을 올리고 있다. GS25 단독 판매 제품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30만개를 넘으면 ‘잘 했다’고 말합니다.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은 출시되자마자 월 70만~80만개를 팔았죠. 이번 달에는 월 100만개를 달성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제조공장을 야간에도 돌리고 있다. 창고에 쌓아 둘 시간이 없을 정도로 팔리는 속도가 빠르다. 원물 김치와 국물을 제공하는 원조 오모리김치찌개 집에서 재료가 떨어지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성호 MD의 또 다른 도전은 볶음라면이었다. 방송인 홍석천을 모델로 기용한 '홍라면'으로 새로운 맛을 시도했다. 매운해물과 매운치즈 2가지로 출시했는데 치즈의 반응이 훨씬 좋다. 홍라면 매운치즈볶음면은 현재 GS25에서 라면 부문 5위에 올라 있다.

“기획 단계에서는 해물이 더 잘 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완성된 제품을 보니 치즈가 더 인기있겠더라구요. 불닭볶음면에 치즈를 넣어 매운 맛을 중화시켜 먹는 요리가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게 되겠구나 했죠.”

인기가 너무 많아 품귀현상을 빚으면, MD들은 대박이 났다며 좋아할까? 적어도 박성호 MD에게 품귀현상은 스트레스 요인에 불과했다. 자신이 기획한 제품을 사러 온 소비자가 헛걸음하지 않도록 공급을 관리하는 하는 것도 MD의 책무다.

“일부러 상품을 품절시켜서 입소문을 몰고 오는 마케팅은 잘못됐다고 봐요. 결국은 맛과 품질로 승부해야죠. 상품을 사러 온 소비자가 물건이 없어 발을 돌리는 것은 만드는 사람에겐 성공이 아니라 실패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PB상품은 값 싼 저가 상품의 동의어였다. 지금은 어떤 프리미엄 상품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PB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변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PB는 NB처럼 모든 채널을 커버하지 않습니다. 편의점이라는 채널, GS25라는 브랜드에 맞는 상품만 고려하면 됩니다. 그렇기에 더욱 우리를 찾는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대형마트가 장을 보러 가는 곳이라면 편의점은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을 사러 오는 곳. 이 차이가 PB의 발전을 만들어 낸 겁니다. NB를 따라가던 시절은 지났죠. 지금은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PB가 새로운 상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며 NB를 따라오도록 할 겁니다. 그게 바로 MD가 해야 할 일이죠. ”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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