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동빈의 'M&A 질주'…화학·유통 양날개로 키운다

입력 2015-10-29 17:57 수정 2015-10-30 03:55

지면 지면정보

2015-10-30A3면

삼성 화학부문 인수…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롯데케미칼 고부가 정밀화학 강화해 중국 따돌리기
신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직접 담판
미국 공장 이어 또 3조원대 투자…자금조달 숙제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간 화학부문 ‘빅딜’은 화학부문을 완전히 정리한 뒤 전자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려는 삼성과 전통 제조업의 비중을 높여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롯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됐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삼성은 미래산업 발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으며, 롯데는 유통업 외에 전통 제조업을 주력 사업으로 둘 수 있게 됐다.

롯데케미칼 경쟁력 강화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해 1990년 한국에 와서 처음 입사한 곳이다. 평소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왔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분쟁이 한창이었던 지난 8월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부타디엔 고무(BR)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삼성SDI 케미컬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인수 결정은 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재계에선 분석했다. 인수합병(M&A)이 완료되면 롯데케미칼의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은 매출의 90% 이상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으로 만드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서 나온다. 롯데케미칼이 인수하기로 한 3개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셀룰로스로 생산하는 특수소재 등 대부분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스페셜티 케미컬)이다.

한 전문가는 “평소 약점으로 지적돼 온 스페셜티 케미컬사업을 강화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중국 기업 등 경쟁자들을 압도하려는 게 롯데케미칼의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은 특별한 기술적 노하우가 없더라도 설비만 갖추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생산할 수 있다.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기가 그만큼 쉽다. 범용 석유화학 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은 최근 수년 동안 중국 기업들의 맹추격을 받아왔다.

중국 정부도 현재 70% 수준인 중국 내 자국 기업 제품 비중을 5년 이내에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석유화학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신동빈 이재용 직접 만나 담판

삼성과 롯데 간 화학부문 빅딜이 성사된 데에는 신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여름 만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삼성 화학부문 계열사 인수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이 부회장은 전자 등 잘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그룹을 재편하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와중에도 조(兆) 단위의 자금 투입을 결정한 것은 이 만남에서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된 공감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두 사람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게 걸림돌로 작용했다. 두 그룹의 거래 실무자들 사이에서 “인수합병(M&A)이 성사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한때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룹의 외연을 확대하고 화학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삼성 화학부문을 인수해야 한다는 신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고용 효과가 큰 석유화학사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번 M&A 결정은 롯데의 악화된 기업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인수자금 조달조건은 ‘숙제’

전문가들은 롯데케미칼이 사업 포트폴리오 보완 차원에선 ‘궁합’이 잘 맞는 회사를 골랐지만, 재무 부문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미국 액시올사와 협력해 2조9000억원을 들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 100만t 규모의 에틸렌 공장과 연 70만t 규모의 에틸렌글리콜 공장을 짓기로 했다. 여기에 이번 M&A를 위해 3조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송종현/김병근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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