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종주국’을 자처하던 한국의 게임산업이 맥없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게임업체가 잇달아 문을 닫고, 일자리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본지 10월27일자 A1, 3면 참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15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0년 2만658개이던 국내 게임업체 수는 지난해 1만4440개로 급감했고, 게임업계 종사자 수도 2012년 5만2466명이던 게 작년엔 3만9221명으로 확 줄었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주범은 다름 아닌 규제였다. 2년 전 여성가족부 등의 요구로 도입된 이른바 셧다운제(청소년은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한 조치)가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시장 자체를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셧다운제 도입으로 지금까지 1조1600억원의 시장 위축을 가져왔다는 분석을 내놨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아이템 규제까지 도입됐다. 게임 내에서 특정 임무를 완수했을 때 검, 방패 등을 무작위로 주는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외국에는 없는 것으로 게임의 창의성을 죽인다는 비판이 학계에서도 제기될 정도다.
이러다 보니 중견 게임업체들이 줄줄이 영업적자로 내몰리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넥슨 등 일부 선두권 업체만 성장세를 겨우 유지하고 있을 뿐 문을 닫거나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 게임업체가 부지기수다. 정부가 이런저런 규제를 들이밀면서 그동안 게임산업이 만들어내던 매년 3%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날린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다 몰아낼 판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 게임산업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규제가 없는 해외로 탈출을 감행하는 국내 게임업체가 속출하는가 하면, 그동안 한국 게임을 베끼던 중국 업체의 역습도 시작됐다. 특히 중국 게임업체는 국내시장을 넘보는 것은 물론이고 인수나 지분투자 등을 통해 국내 게임업체를 다 집어삼킬 태세다. 어쩌다 한국 게임산업이 이 지경이 된 것인가. 규제의 당위성을 설파하던 여성가족부는 무슨 해명이라도 좀 내놔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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