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꼬마 아일란 사태'로 본 우리나라 난민정책 현주소

유엔 협약국 인정률은 38%
난민 인정기준 지나치게 엄격…시리아 어린이도 국내선 '불가'
"한국은 외국인 수용에 인색"…난민 인정제 개선 목소리 커져

수단인 A씨는 2013년 한국에 입국하려다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난민 신청을 했다. A씨는 “본국이 내전 중이어서 북수단 측의 입대 명령에 따르면 동족을 살상하게 돼 이를 거부하기 위해 도망왔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입대 거부 목적의 해외 도피’로 보고 난민 인정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A씨는 법무부 결정에 대한 취소 소송을 내 올해 초 최종 승소했고, 법무부가 받아들여 난민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인천공항 내 송환대기실에서 6개월간 사실상 감금 상태로 지냈다.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의 주검이 터키 해안에서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난민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난민 심사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 수는 2009년 324명에서 지난해 2896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2669명이 난민 신청을 해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5000여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난민 인정률은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가족 중 한 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나머지도 자동 인정받도록 한 ‘가족결합’과 자진 철회를 제외하고 올해 5월까지 난민 심사 결과를 통보받은 사람은 1182명이다. 이 중에서 법무부 1차 심사를 통과한 사람은 2명(0.2%)이고 이의제기로 재심사를 받아 통과한 사람까지 합치면 11명(0.9%)이다. 여기에 난민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인도적 필요에 따라 체류를 허가받은 사람을 합쳐도 116명(9.8%)에 그친다. 유엔 난민협약국의 난민 인정률 평균 3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북한 사람은 국내법상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탈북자는 난민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낮은 난민 인정률은 정부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난민협약에 따라 본국에서 ‘국적, 인종, 종교,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으로 인한 박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 사람만 난민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이 기준으로만 한정하면 이번에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어린이도 한국에서는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시리아 어린이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피해 가다 사고를 당했는데 내전 피란은 협약에 따른 난민 인정 사유가 아니다.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등은 최근 시리아 난민을 적극 수용하기 위해 난민협약보다 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중동과 거리가 먼 뉴질랜드도 200명의 난민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송소영 법무부 난민과장은 “한국은 지리적으로 난민 발생국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 기간을 늘리기 위해 난민 신청을 하는 일이 많아 이런 사정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류은지 난민인권센터 사업팀장은 “지리적·문화적 특성상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한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고 반박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난민 신청자의 구체적 사정과 본국의 정황에 기초해 적극적 인정 심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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