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겪는 노동개혁]

"노조에만 힘 실어주는 법규…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해야"

입력 2015-08-31 17:43 수정 2015-08-31 22:20

지면 지면정보

2015-09-01A3면

경제 5단체 긴급 회견

OECD 국가 중 한국만 법으로 대체근로 금지
노사 힘의 균형 회복해야

호봉제 폐지·성과급제로 청년 고용절벽 허물어야

< “노동개혁 법제화해야” >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왼쪽부터),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이 31일 열린 ‘노동개혁에 대한 경제5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sweat@hankyung.com

2009년 12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간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작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할 때까지 아홉 차례 파업을 했다. 1년에 두 차례꼴이다. 올 들어서도 두 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한 뒤 지난 17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경제계는 노조가 툭 하면 파업에 들어갈 수 있는 이유로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규정된 제도를 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가 3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불공정하고 경직된 노동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한 한국

경제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3조를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다른 사업장에서 임시 파견 근로자나 정규직 근로자를 전혀 뽑을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이 때문에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가도 회사 측은 새로 근로자를 뽑을 수 없고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일부 근로자만 임시방편으로 쓸 수밖에 없다.

대체근로를 허용한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 전면 파업이 일어나지 않는 대신 대체근로가 금지된 한국에선 전면 파업이 자주 일어나는 배경이라는 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노조가 파업을 통해 불합리한 요구를 하면 회사 측은 대체근로로 대응해야 노사 간 대등한 협상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고용부가 문무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팀에 의뢰해 전 세계에서 한국처럼 법으로 대체근로를 금지한 국가로 찾은 곳이 아프리카의 말라위 정도였다.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해야

경제계는 호봉 중심의 연공급제를 없애고 직무와 성과를 기반으로 한 임금체계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김 부회장은 “퇴직자 임금이 신입사원 임금의 3.1배일 정도로 한국의 임금체계는 문제가 있다”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각자가 기여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한 임금체계가 형성된다면 경제계도 청년고용 절벽을 해소하는 데 앞장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계가 이날 강조한 것은 노동개혁 핵심 내용을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나 저(低)성과자에 대한 근로계약 해지(공정해고) 등 노동개혁 내용을 정부지침에 담지 말고 법으로 명문화하자는 주장이다. 경제계는 기업들이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 일본 사례를 참고하자는 내용도 덧붙였다. 일본은 2007년 사회적 합리성이 있으면 근로자 동의가 없어도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도록 2007년 노동계약법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가 법 개정이 아니라 행정지침을 통해 노동개혁을 시행하면 소송전이 난무할 것”이라며 “법이 행정지침보다 상위개념이므로 노동개혁 내용이 나중에 판결에 따라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는 노동유연성을 높이자는 경제계의 이런 제안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실제 기업에선 상시적으로 해고가 일어나는 등 한국의 노동시장은 이미 유연하다”며 “경제계의 주장은 전체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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