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전하는 기술과 일에 대한 통찰

일과 기술의 경영
피터 드러커 지음 / 안세민 옮김 / 청림출판 / 293쪽 / 2만원

팀 단위 연구로 가정용 백열등을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

“기술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것은 ‘작업의 조직화’다. 일에 나타난 모든 발전은 도구와 프로세스, 제품에 즉각적이며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오늘날 일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통찰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피터 드러커(1909~2005·사진)는 《일과 기술의 경영》에서 기술과 일의 관계와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은 드러커가 1957~1969년 발표한 논문과 강의록, 연설문 등을 모아 1970년 미국에서 출간한 경영에세이집이다. 원제는 ‘Technology, Management, and Society’. 국내에서는 최근 처음 번역, 출간됐다.

드러커는 12편의 에세이에서 일의 역사와 기술의 진화, 기술 혁명의 주제를 다루고 커뮤니케이션과 혁신, 경영자, 생존 등에 대한 그의 경영철학을 소개한다. 드러커는 “문명은 인간이 자신의 이상, 목표, 열망, 가치를 표현하는 영역”이라며 “문명을 실현시키는 기술은 한계를 극복하는 인간의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그는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일을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라고 역설한다.

포드 공장의 ‘모델 T’ 자동차 컨베이어 벨트 라인.

19세기에는 기술을 공예로 여겼다. 20세기 초반 기술 진보의 동력은 공학이나 과학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했던 기계공에게서 나왔다. 찰스 프랭클린 케터링은 ‘전기 자동 시동기’를 발명해 보통 사람도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교류의 발생, 변압 전송 등에서 중요한 발명 특허를 얻었다. 에밀 베를리너는 전화기와 축음기 기술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토머스 에디슨은 가정용 백열등을 개발하기 위해 잘 훈련된 연구팀의 도움을 받았다. 그의 가장 위대한 개선은 ‘연구팀에 대한 관리’라고 할 수 있다. 1879년에는 팀 단위로 연구를 추진했던 전례가 없었다. 1879년 10월21일은 에디슨이 처음 백열등에 불을 밝힌 날이며, 현대적인 기술 연구가 탄생한 날이기도 하다.

기술 연구는 혁신에 접근하도록 이끈다. 20세기 초반 가장 위대한 발명은 ‘혁신’이다. 드러커는 “혁신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환경, 경제, 사회, 공동체 등에 기술을 수단으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된 시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혁신에 대한 평가는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강력한 혁신이라고 해도 새로운 기술 발명과 관계가 없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세기 첫 번째 주요 혁신사례인 헨리 포드의 대량생산 방식이다. 1905년부터 1910년까지 ‘모델 T’ 자동차를 생산한 포드 공장에는 기술적으로 새로운 요소는 거의 없었다. 컨베이어 벨트와 기계 장비는 이미 다른 산업에서 사용되는 기술이었다.

헨리 포드가 경영의 역사에 기여한 것은 ‘혁신’이다. 그는 가장 신뢰할 만한 품질의 최종 제품을 가장 저렴한 비용을 들여 가장 많이 생산해야 하는 경제 문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20세기에 나타난 대량생산은 기술과 관련한 새롭고 중요한 변화의 사례가 됐다.

기술은 육체노동의 방식도 개선했다. 출발점은 프레더릭 테일러가 현대 기술의 원리를 육체노동에 응용했던 ‘과학적 관리’다. 역사를 통틀어 당연시됐던 일 자체를 자세히 관찰한 것은 테일러가 처음이었다.

과학적 관리가 낳은 직접적인 성과는 제조업 제품 생산비가 이전의 5~10%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과학적 관리로 인한 생산비 감소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소득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생산성 증진과 함께 경제 전체의 생활수준이 향상된 것이다. 과학적 관리는 또 노동력의 질을 전체적으로 높였다. 테일러의 업적은 지식노동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고, 궁극적으로 일의 중심이 노동에서 ‘지식’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생산 자원으로서 육체노동을 지식노동으로 대체한 것은 일의 역사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변화였다.

드러커는 “경영은 어떤 사회가 갖는 고유의 가치관과 믿음을 생산에 활용하는 수단”이라며 “우리가 기업 경영에 대한 진정한 ‘학문’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어떤 곳에서는 경제학이 출발점이 되고, 다른 곳에서는 마케팅이 출발점이 되고 있다. 그는 “어떤 출발점인가에 상관없이 공통점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접근 방식은 시어도어 베일(1845~1920) 회장이 재임할 때 벨텔레폰시스템에서 이뤄진 기업 목표에 대한 선구적인 통찰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기업 경영자로서 예전부터 전해오는 ‘기업의 목표는 수익을 내는 것’이라는 명제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베일 회장이 처음이었다.

대신 그는 “민간기업으로서 우리의 생존은 어디에 달려 있는가”를 물었다. 벨텔레폰시스템이 살아남은 주된 이유는 베일 회장이 수립했던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라는 생존 목표 때문이었다.

책의 곳곳에서 미래에 대한 드러커의 혜안과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1950~1960년대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드러커가 1967년 쓴 에세이에 나오는 문장이다. “최근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영역을 지구를 뛰어넘어 우주로까지 확대해 생각했다. 이처럼 20세기 기술은 인간이 살아가는 영역을 단지 더 큰 세계가 아니라 다른 세계로 옮겨 놓았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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