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인 경영환경에서 새로운 리더십 조건

홍선경 박사

홍선경 박사

파괴적 혁신이 기업의 경쟁 규칙을 총체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중세의 경쟁 우의는 자원(땅, 인력)에의 접근권이었다. 산업혁명은 중세 경영의 입력과 출력의 일대일 관계(one to one relationship)를 일대다 (one to many)의 복잡한 체계로 전환시켰다.

복잡 체계에서는 변수간 상호 작용의 수가 아주 많지 않아 자원의 투입과 산출의 관계를 예측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경쟁 우의는 분업에 기반을 둔 효율성의 극대화를 통한 둔 규모의 경제이었다. 이러한 경영의 원리는 뉴튼의 결정론적인 물리학이 공식에 따라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원칙과 부합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와 양자역학이 뉴튼의 물리학이 원자적인 차원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대 변혁을 일으켰다. 양자 역학은 확실(certainty)이 아니라 확률(probability)을 토대로 인류가 물리학을 일대다 (one to many)의 복잡한 (complicated) 체계를 다대다 (many to many)의 복합적인 체계로 볼 수 있게 안목을 전환시켰다. 20세기 후반 이후 끊임없는 새로운 혁신은 경영에 수반되는 변수간의 상호 작용의 경우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갑자기 증가시켜 경영 환경을 복잡한 체계에서 복합적인 체계로 변화시켰다.

복합적인 체계에선 입력의 아주 작은 변화가 출력의 거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입력과 출력의 관계가 예측 불허다. 결과적으로 이는 혼돈(chaos)을 초래한다. 미시간대학교 기후학 박사인 로렌즈가 1963년 나비 효과를 낳은 혼돈 이론을 도출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제 경영 환경은 직선적이고 예측 가능한 뉴튼의 물리학적인 단순 경쟁 방식이 아니라 복합적인 체계에서 관찰되는 혼돈 이론이 적용되는 양자역학의 비선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복합적 경쟁 방식으로 바뀌었음에도 현 기업들의 경영 방식은 아직도 산업 혁명 이후의 예측 가능한 뉴튼 모델에 답보하고 있다. 현 기업들의 주 경영 방식은 경제의 규모를 이용해 식스 시그마, 업무 처리 리엔지니어링, 린 운동 (lean initiative)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는 효율성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효율성의 극대화는 수확 체감의 법칙에 따라 반드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복합체계의 원리는 이름도 생소한 중소 기업들이 파괴적 혁신으로 다방면의 산업들을 순식간에 융성시키고 쇠퇴시키는 현 경영 환경에서 주목된다. 수없는 중소 기업들이 혁신을 토대로 기득권을 가진 대기업들의 전략적 경쟁 우위를 무효화시키고 있다.

세계 여러 곳에서 미국이 고전하고 있는 대 테러 전쟁에서도 적의 정체는 전통적인 무기와 군사들을 갖춘 구조화된 정부가 아니라 국지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게 헤쳐 모임을 반복하는 소규모 집단들이다. 이러한 복합 경제체계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선 기업 경영자의 혁명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필자는 한국과 미국에서의 대기업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관찰을 한다.

1. 효율에서 속도로

근대 한국 기업은 식스 시그마, 종합적 품질 관리 등을 주축으로 한 효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경영 방식은 결함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하지만 경쟁의 구도가 순간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동력적인 환경에서는 효율보다 속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아무리 효율이 높더라도 이미 경쟁의 관건이 아닌 항목에 대한 효율은 시간과 자원의 낭비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늘의 대략적으로 옳은 결정이 내일의 완벽한 결정보다 더 효율적이다. 하지만 신사업의 발진을 하기 위해서 다른 선진 조직의 모범 경영을 벤치 마킹하고 타기업의 실천 사례를 요구하는 대기업들의 위험기피적인 문화는 이러한 순발력있는 의사 결정을 억제한다.

규모의 경제에 기반을 둔 구 경쟁 구도는 지휘 및 통제로 집권 관리한다. 하지만 민첩한 대응이 관건인 신경쟁 구도는 분권 관리를 요구한다. 집권 관리 체계에선 총명한 경영자가 지시를 내리고 효율적인 부하 직원은 지시를 실행한다. 부하 직원의 창조적 생각은 품위를 통해 여러 층에서 걸러 내지고 다듬어 진다.

유교 사상에 기반을 둔 한국 기업 문화는 상사에게 권한이 집중돼 이러한 분권 관리를 제한시키고 있다. 반대로 부사장이나 말단 사원이 모두 같은 형태의 열린 칸막이 사무실에서 쉽게 의사 소통을 하는 실리콘 밸리의 문화는 사원들의 권한 분산으로 사고의 자유로운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경영의 효율보다는 속도를 중시한다.

2. 위험 완화에서 위험 적응으로

위험 완화는 예측할 수 있는 변수들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끊임없는 혁신은 예측할 수 있는 변수들간의 상호 작용의 경우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고 있고 ,경영자가 예측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초과했다. 그러므로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각 상황에 따른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임원이 되면 매년마다 갱신되는 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위험-수익이 높은 신산업보다 이미 보편화된 산업들의 효율을 더 증가시키고자 하는 동기가 더 강해지게 된다. 이런 기업 문화는 기득권을 가진 경쟁 기업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파괴적인 혁신을 장려하지 못한다. 위험에 대한 더 효율적인 대응 방법은 모든 경우의 수에 맟춰 구성된 지침서가 아니라 (불가능함) 위험에 순발력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권한을 분산하고 그들의 판단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3. 지식에서 직감으로

지식은 이미 알려진 것들을 습득하지만 직감은 연관되지 않아 보이는 점들을 연결해 유형을 식별한다. 파괴적인 혁신이 새로운 지식 영역을 끊임없이 개척하는 상황에서는 경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항상 총체적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식은 두뇌에 의존하지만 직감은 자율 신경 세포의 병렬 분산처리 체계에 의존한다.

지난 20년 동안 신경 과학 연구의 눈부신 발전은 뉴런이 두뇌 뿐만이 아니라 심장과 창자에 분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창자에 존재하는 1억개의 뉴런은40개의 신경 전달 물질을 사용하여 정보를 교환한다. 뇌간의 기저핵은 일상의 수많은 경험들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잠재의식에 저장하여 전신에 분산되어 있는 뉴런과 교류한다. 하지만 기저핵은 대뇌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몸에서 오는 직감을 이용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많은 연구 결과는 이러한 직감을 이용한 의사 결정은 전문 지식을 이용한 의사 결정보다 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검증해줬다.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감을 효율적으로 의사 결정에 사용하기 위해선 다방면의 경험, 자아 통제, 감정 조절, 패턴 식별능력 등이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 체계는 직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판단 능력과 자아 통제, 감정 조절을 가르치기 보다는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위해 이미 정립된 지식의 암기중심으로 운영된다. 초등학교때부터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프로젝트 중심의 숙제로 운영되는 미국의 교육방식과는 많이 대조가 된다.

미국의 초중고 학교에서 교우들간에 일어나는 작은 마찰이더라도 교장선생님이 연관된 학생들을 교장실로 호출해 그 자리에서 마찰을 해결하고 필요하면 사과하게 한다. 교장 선생님 일과의 대부분이 학생들의 원만한 관계 정립과 정서적 건강을 위해 사용된다. 또한 어린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이 기구과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과정에서도 타인의 배려, 공유, 친절의 정신을 몸에 배이도록 엄마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모습은 미국에서 전인교육이 얼마나 중요시되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신경 과학의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서적 건강은 직감을 키워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에 발표된 76개 국가의 15세 학생들의 수학과 과학 점수에서 싱가폴과 홍콩에 이어 한국이 3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시험 점수는 지식을 평가하지만 파괴적인 혁신이 지배하는 신경제 시대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직감을 평가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경영자가 되었을때, 직감을 함양하는 환경에서 성장한 경영자들과 경쟁할 때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4. 경쟁에서 상호의존으로

복합체계에서는 구성원들이 조직의 최적화를 위해 개개인들의 역할을 미세조정하고 숙달한 후 서로간의 연계를 극대화할 때 집단 지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서로가 서로의 역할과 기여를 존중하고 서로에게서 실시간으로 배울 수 있는 학습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학교, 직장, 사회에서의 무한 경쟁으로 인해 개인주의적인 사고가 팽배해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고갈되어 있다. 이 상황에서는 자신의 감성을 인지하고 공동체안에서 자신의 역할이 어떠한 중요성을 갖고 있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5.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안전과 일체감

최근 십년간 신경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간 두뇌의 많은 부분의 이해를 함양시키고 있다. 상호의존이 가능하려면 조직 구성원을 안전을 먼저 확실히 정립해야 한다. 소뇌의 편도체는 존재에 위협이 되었던 상황들을 잠재 기억에 보관하여 새로 들어오는 자극들을 이 저장된 기억과 순식간에 비교하는 역할을 한다. 이 순식간의 비교과정에서 안전하다고 판단이 되면 사회적 부착 체계를 작동시키지고 창조적인 사고, 능동적으로 미래를 볼 수 있는 기반을 활성화시킨다.

하지만 위협이라고 느끼면 순간적으로 투쟁과 도피, 또는 동결의 반응을 작동시킨다. 이런 상황에서는 존재하는 많은 선택을 보지 못하고 편협적이고 흑백적 사고를 하게 되며 감성의 기복이 극단적이 된다. 또한 배타적이고 이기적이며 강직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현 사회에 팽배한 극단 경쟁과 개인적인 문화는 소뇌의 편도체가 위협이라고 느끼는 작은 자극들을 항상 발생시켜 사회적 부착 체계를 억제시킨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두뇌의 작용과 복합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호의존을 을 감안했을 때, 현대의 지도자는 파괴적 혁신의 도입으로 비선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복합적 경쟁 방식으로 바뀐 경쟁 구도에서 전략적 경쟁 우위를 창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집권관리보다는 분권관리로, 효율보다는 속도로, 위험 완화보다는 위험 대응으로, 지식 보다는 직감으로, 조직원들의 안전과 공동체 소속감을 함양해야 한다.

거시적으로는 수시로 변화하는 환경에 순발력있게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작은 팀들을 유기적으로 구성한 구조적 변화와, 신뢰와 권한 분산을 추구하는 문화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 미시적으로는 감성 지능 계발에 중점을 두어 구성원의 안전과 공동체 의식 확립, 리더십 교육, 창조성, 직감 판단력 등을 함양시켜야 하고 초중교 교육이 기존의 지식을 심화하는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직감, 창조성, 판단, 팀웍을 키울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잦은 이직으로 팀인원들의 상호 신뢰가 취약한 미국 기업에 반해, 농경사회와 장기 근무에 근간을 둔 상호의존의 문화를 재현시키고, 일에 대한 근면한 노동관의 문화를 토대로 세계에서의 한국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고히 정립할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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