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4차 감염

추가 확진 5명 중 3명이 4차…격리 1만명 넘으면 통제 힘들어
'슈퍼 전파자' 후보만 12명 확인…"지역 전파 고리 끊는 게 관건"
최대잠복기 '2주 이상' 주장도…사우디선 "최대 6주" 연구 결과

부분 폐쇄 조치가 내려진 삼성서울병원의 현장 관리와 감독을 위해 정부가 파견한 ‘방역관리 점검·조사단’이 15일 병원 본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성서울병원 접촉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이 확인되면서 본격적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4차 감염’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추가 확진자 5명 중 3명이 4차 감염자다. 다행히 아직은 병원 내 감염(민간 구급차 2명 포함) 사례만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전파 ‘고비’

이날 확인된 4차 감염자는 삼성서울병원이나 건양대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로부터 한번 더 전파된 사례들(삼성서울병원 2명, 건양대병원 1명)이다. 전날 확인된 민간 구급차 운전사와 동승자 2명까지 합치면 확인된 4차 감염자는 5명으로 늘어난다. 이날 건국대병원에서도 처음으로 감염자가 발생했다.

감염 ‘차수’가 높아질수록 감염경로 확인은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119번 환자(35·평택 경찰관)는 언제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 이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나면 국내 메르스는 본격적인 ‘지역사회(병원 밖)’ 전파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지금까지 공식적인 격리대상자만 5000명을 넘는다. 여기에 삼성서울병원 접촉자로 분류된 4075명 중 밀접접촉자까지 더하면 격리대상자는 더 늘어난다.

정부 관계자는 “행정자치부 협조를 받아 격리자를 1 대 1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격리대상자가 1만명을 넘으면 관리 및 통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격리 전에 수백~수천명의 접촉자를 만난 ‘슈퍼 전파자’ 후보도 12명 확인됐다. 이 잠재적 슈퍼 전파자들은 이미 KTX와 시내버스 등을 타고 전국을 누볐다.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전국의 식당과 찜질방, 편의점 등을 오갔지만 보건당국은 이동경로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감염 차수가 낮아질수록 전파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정부의 주장도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2차 전파자인 14번과 16번 환자가 각각 수십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젊은 확진자도 점점 늘어
치사율도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이날 1명이 추가로 사망해 전체 환자 150명 중 총 사망자는 16명으로 불어났다. 이 중 2명은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었다. 정부는 “고령이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두 사람의 나이는 각각 72세, 61세다. 사망자 외에 호흡이나 맥박이 불안정한 상태인 환자도 있다. 모두 17명(전체 환자의 14%)이다. 기저질환이 없는 30대 남성도 포함돼 있다.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날 추가 환자 5명 중 3명이 50세 미만이다. 메르스가 50대 이상 고령자 위주로 발생한다는 기존 정부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전체 환자 150명 중 50세 미만도 56명(37%)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확진된 의료진의 나이가 젊어 일어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령자가 아니어도 메르스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중심인 정부의 방역대책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이날 확진된 한 젊은 의료진(39)은 환자를 볼 때 개인 보호구를 모두 착용하고도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 잠복기 더 길어질 수도

메르스 잠복기는 2~14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잠복기는 이보다 길 수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바이러스 노출 후 16일 만에 증상이 발현된 사례가 새롭게 나오면서다. 146번 환자(55)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열 등 증상은 이달 13일에야 나왔다. 만약 잠복기가 알려진 것보다 더 길 경우 최대 14일로 맞춰져 있는 정부의 방역대책에도 구멍이 뚫린다. 최초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메르스 잠복기가 최대 6주까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