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오케스트라 위주의 국내 음악계 바꾸는 계기

혁신의 문화 도입해 새로운 음악시장 개척
색깔 있는 음악 보여줄 것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칭·이하 한경필)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민간 오케스트라 모델입니다. 국공립 오케스트라가 주도하는 클래식 음악계의 경직된 분위기를 바꾸고, 국내 음악계에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겠습니다.”

한경필 초대 음악감독을 맡은 지휘자 금난새 씨(68)의 포부다. 그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 ‘클래식 음악계의 아이콘’ 등으로 불린다.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도전에 잇달아 나서면서 한국 클래식 음악 공연의 역사를 새로 써온 덕분이다.

금 감독은 KBS교향악단을 12년간 이끌다 전임지휘자직을 내려놓았다. 1992년 존폐 위기에 처한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자리를 옮겨 수원시향을 되살려냈다. 수원시향 시절 단돈 500만원으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만들어 1600석을 매진시킨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그가 2000년 창단한 벤처 오케스트라 ‘유로아시안 필하모닉’은 4년 동안 연간 100여회의 공연을 선보이며 자립형 민간 오케스트라의 성공적 모델을 제시했다.

서울대 작곡과와 베를린 국립음악대 지휘과를 졸업한 금 감독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인천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등을 거쳐 성남시립교향악단 예술총감독과 서울예술고 교장 등을 맡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경제신문에서 오케스트라를 창단한다고 했을 때 이 시대의 오케스트라상이 드디어 변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경필은 기존 오케스트라가 놓칠 수 있는 ‘혁신의 문화’를 받아들여 새로운 음악 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해외 오케스트라를 초청하거나 콩쿠르를 여는 언론사는 있었지만 신문사가 직접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건 처음입니다.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금 감독은 자신이 이끄는 ‘제주 뮤직 아일 페스티벌’ ‘맨해튼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과 한경필의 연계도 구상하고 있다.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예술인재를 후원하는 역할도 강조하면서 “음악 시장에서도 오케스트라 창단은 괄목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음악 시장은 교육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교육도 하나의 시장이긴 하지만 연주부문 시장이 열악하거든요. 예술도 시장이 없으면 그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기업 경영의 관점으로 얘기하자면 국내 음악계에는 투자 대비 실적이 적은 인력이 많아요. 해외 유학파와 석·박사급 우수 인력 등 재원은 충분히 있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경필은 유능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을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의 내부 문화부터 달리하겠다는 포부도 내놓았다. 틀리지 않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음악을 한다는 게 그의 평소 철학이다. 남들과 비슷한, 색깔 없는 음악도 사절이다. 음악인이라면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고 금 감독은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음악을 하면 줄리아드음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어요. 이제 그런 시절은 끝났습니다. 서울예고에서도 늘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입니다. 실수를 없애서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입학하기 위한 음악을 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손실이지만 국가적인 손실이기도 해요. 모두가 솔리스트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남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당당한 한 사람의 음악가로서 음악을 사랑하는 프로페셔널한 연주자가 더 많이 탄생하도록 해야 해요.”

새로운 형태의 민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육성하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오르기 험한 산일수록 산악인에겐 도전 욕구가 생기는 법”이라며 자신만만했다.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막막했던 유로아시안필하모닉 때와 달리 지금은 한국경제신문이라는 함께 가는 파트너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음악을 통해 소통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하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도전정신으로 가득하고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인재를 단원으로 직접 선발할 계획이다.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고, 자발적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인재를 구합니다. 일단 뽑고 나면 지속적으로 그런 문화를 심어줄 것이고요. 한경필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음악계 리더로 키워낼 겁니다. 어떤 단원을 만날지 기대가 커요.”

금 감독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두려울 수 있지만, 누구도 마시지 않았던 신선한 공기를 들이켤 수 있다”며 “오케스트라 역사의 새로운 도전을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