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시술·주가조작 물의 빚었던 라정찬 전 알앤엘바이오 회장

구속 뒤 작년 초 보석 석방
케이스템셀로 사명 변경…회사 경영엔 참여 안해
중·일선 줄기세포=의료소재…"의약품으로 봐선 안된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초 보석으로 풀려난 라정찬 전 알앤엘바이오 회장(52·사진)이 돌아왔다. 그가 대주주로 있는 케이스템셀이 줄기세포 특허를 최근 잇따라 받았고 치료제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상업화 모델을 일군 라 전 회장이 사업을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주목된다.

○“줄기세포사업에 확신”

라 전 회장은 11일 “케이스템셀 경영에 일절 손을 대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표이사직은 맡지 않고 성체줄기세포 연구에만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 전 회장은 알앤엘바이오가 2013년 4월 상장폐지된 뒤 회사 이름을 케이스템셀로 바꿨다. 그는 알앤엔바이오의 줄기세포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출소한 뒤 1년2개월 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한 채 줄기세포 관련 연구에만 몰두해왔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라 전 회장은 “지난해 자가지방유래 줄기세포를 혈관에 주사할 수 있도록 작게 만드는 기술을 특허 등록했다”며 “아스피린을 통한 ‘줄기세포의 응집 방지’기술도 특허청에 등록을 마쳤다”고 전했다. 이어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조인트스템의 2상 임상을 마치고 최근 3상 임상 승인도 받았다”며 “혈관이 썩는 버거씨병의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2상 임상도 끝내고 희귀병 치료제로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연구소와 본사를 오고 가면서 하루라도 빨리 줄기세포 치료제의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며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를 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용화, 너무 앞서나갔다”

라 전 회장은 수정란에서 얻은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한 황우석 박사와 달리 태반이나 성인의 골수·지방조직에서 추출하는 ‘성체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선구자다. 주식시장에 바이오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기도 하다. 성체줄기세포는 난자를 쓰지 않아 윤리 논란에서 자유롭다. 라 전 회장은 세계 최초로 태반에 있는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라 전 회장이 대주주였던 알앤엘바이오가 상장폐지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구속됐다.
국내에서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고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해외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하는 ‘원정시술 논란’도 일었다. 알앤엘바이오가 배양·보관한 줄기세포를 일본에 있는 병원에서 한국인 환자들에게 치료 목적으로 투여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는 약사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라 전 회장은 “줄기세포 치료 상용화가 빨리 될 줄 알았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며 “관계 기관을 설득하면서 함께 갔어야 했는데 회사가 너무 빨리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확신을 가진 것이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정체돼 있는 국내 줄기세포 연구에 큰 책임을 느낀다”며 “이대로 가면 5년 내로 한국은 줄기세포 치료 분야에서 완전히 후진국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줄기세포는 의약품 아니다”

라 전 회장은 자가 성체줄기세포를 의약품으로 보는 국내 보건당국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가 성체줄기세포를 치료에 쓰려면 특정 질병에 대한 임상 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이나 중국은 의사 판단에 따라 제한적으로 쓸 수 있는 의료용 소재로 자가 성체줄기세포를 보고 있다”며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성체줄기세포를 의약품으로 보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 약사법을 개정해 2014년 11월부터 의사가 줄기세포를 치료하고 싶을 때는 지역 의료위원회에 신청하면 된다”며 “한국도 임상 1상을 끝냈다면 안전성이 검증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일본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재생의료 추진법을 신설해 자가성체줄기세포 치료를 의료기술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약사법도 개정해 품목허가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희귀난치병 환자나 노령인구에 대해서는 환자 동의를 전제로 임상(3상)을 모두 끝내지 않더라고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 전 회장은 구치소 수감 중에 ‘치매, 희망 있습니다’라는 책자를 출간하는 등 대외 활동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그는 “줄기세포 보관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바이오스타’라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준혁/조미현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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