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골칫거리'로
특혜의혹 등 '잡음'에 공사 중단, 사업 3년째 표류…흉물 전락
시행사 부도, 시공사는 법정관리…6번 공매에도 번번이 유찰
3000억대서 1500억대로 '털썩'

지난 12일 오후 2시, 서울 우이동 북한산 들머리. 120번 버스 종점에서 내려 200여m를 걷자 북한산 둘레길이 시작됐다. 백운계곡 주변 길을 오르다 고개를 돌리자 짓다가 만 잿빛 콘크리트 건물 10여동이 시야를 가로막았다. 2012년부터 공사가 중단된 더파인트리앤스파 콘도(이하 파인트리·사진) 건설 현장이다.

골격만 완성된 건물 10여동이 방치된 채 늘어선 모습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우이동에 25년째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건축허가가 났을 때부터 주민 대부분이 북한산 경관을 해친다고 반대했다”며 “건물들이 방치돼 동네 경관도 분위기도 망가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산 국립공원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급 휴양지를 조성하겠다던 파인트리 사업이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고도제한 완화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서는 시행사 일부 임원과 전직 서울시의회 의원의 비리가 적발됐지만 ‘인허가 과정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사업이 논란에 휩싸이자 분양도 중단됐다. 시행사는 부도가 났다. 파인트리 문제 해결을 위해 ‘관광특구 조성’ 등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고도제한 완화 논란에 공사 멈춰

파인트리 사업은 6000여억원의 건설비를 들여 서울 우이동 일대 8만60㎡ 부지에 최고 7층 높이의 콘도 14개동(객실 332실)을 건설하는 관광단지 조성 사업이다. 실내외 수영장과 골프연습시설, 와인바 등 특급호텔 수준의 부대시설도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북한산 국립공원 옆에 병풍처럼 늘어설 건물이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게 이유였다. 332개 객실 가운데 면적 200㎡가 넘는 곳이 83%나 되고 분양가도 20억~40억원대여서 사실상 콘도로 위장한 호화 아파트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고도제한 관련 의혹은 공사 중단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자연녹지로 분류돼 지상 5층(20m) 이상의 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데도 10개동이 규정보다 3.16~3.58m 더 높게 짓도록 허가가 났기 때문이다. “예외 규정에 따라 산악박물관, 컨벤션센터 등을 건설해 기부하는 조건으로 고도제한을 완화받았다”는 해명은 먹히지 않았다. 2011년 서울시의회는 관련 의혹 조사에 나섰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2년 1월 현장을 방문해 “특혜 의혹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수사 기관의 조사에서 인허가 과정의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파인트리는 공사가 45%만 이뤄진 채 2012년 중순부터 지금까지 공사가 멈췄다.

○서울시 “공익성 고려해야” 매각도 난항

흉물로 변해가고 있는 파인트리 사업은 강북구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다. 사업 재개를 위해 여섯 차례나 공매에 부쳤는데 번번이 유찰됐다. 3000억원대였던 매각 예정가격은 1500억원대로 떨어졌다.

강북구의회를 중심으로 서울시가 파인트리를 매입한 뒤 유스호스텔 등을 조성해 일대를 관광특구로 조성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서울시는 부정적이다. 서울시 시설계획과 관계자는 “기존 파인트리 사업은 인수에 최소 1500억원, 완공까지 하려면 3000억원 넘게 든다”며 “예산으로 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

인수자가 나오더라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요구하는 공익성을 충족해야 한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그동안 ‘(파인트리 사업이) 공익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일반 시민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로 용도를 바꾸는 방안을 모색해왔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공익성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인수자가 정해지면 이와 관련해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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