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스위스발(發) 악재에 장중 1.4% 이상 급락하며 1880선까지 주저 앉았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최저환율제를 전격 폐지하면서 글로벌 환율 시장에 큰 변동성을 초래한 것이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유가 등 대외 리스크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염두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 "코스피, 이달 말 단기 바닥 예상…1800선 대비해야"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6일 "코스피지수가 1880선까지 떨어진 것은 스위스 중앙은행이 환율 하한선을 폐지한 데 따른 여파"라며 "외환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예상치 못한 '환율' 변수였다. 전날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저환율제를 전격 폐지한다고 밝히면서 스위스 프랑은 폭등한 반면 유로화 가치는 폭락했다.

유로화 가치가 약세를 나타냄에 따라 상대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심리가 강화되며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코스피지수를 끌어 올릴 만한 모멘텀(상승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급작스런 충격이 더 민감하게 지수에 반영됐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스위스 발 깜짝 변수가 국내 증시를 뒤흔든 것처럼 1분기 내내 이 같은 돌발 폭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아직까지도 대외적인 이벤트들이 남아있는데다 언제 돌발 변수가 번질 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2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와 25일 그리스 총선 등 굵직한 유럽 이슈들이 남아있다. 이들 이슈에 스위스의 이번 결정이 더해질 경우 또 어떤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지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월 이후의 상황 조차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다음달에는 또 어떤 흐름을 보일 지 예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이달 말 예정된 유럽 이벤트들을 겪은 뒤 증시의 방향을 예측할 수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과거 코스피 지수 전망은 '상고하저'였지만 올해는 다르다"며 "이달 말에서 다음달까지 단기 바닥권으로 1800선을 예상하지만 오는 3월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 "신흥국 증시 매력 없어…떠나는 외국인 붙잡는 게 관건"

이날 코스피지수가 예상외로 낙폭이 큰 것은 최근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엑소더스' 영향 때문이다. 모멘텀 부재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환율 변동성 확대가 외국인들에게 투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

지기호 LIG투자증권 센터장은 "외국인이 현·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날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저 환율제 폐지 조치를하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운 것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외국인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높아진 상태에서 환율 불안이 오자 투자 매력을 못느끼고 떠나가는 것"이라며 "최근 대형주 매수 주체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엑소더스'가 코스피에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 있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떠난다기 보다 "투자 매력 부재(不在)에 따른 무관심"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30년간 외국인이 국내에서 매입한 주식 총 규모가 20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이에 비해 일본 증시에선 2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 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나마 연초에 코스피를 지탱해주었던 것이 국내 대형 그룹사들의 지배구조 관련주였는데 현대글로비스 이슈 이후 지배구조 관련 이벤트에 혼란이 오다보니 기관 마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수급공백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스위스 이슈는 단기적인 영향에서 그칠 가능성이높고 다음주 대외 이벤트들의 방향성도 확인되면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단기적으로 외국인 이탈로 수급이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봐야 한다"며 "환율 불안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외국인 자금이 재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