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지분율 30% 미만으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벗어나
정의선 부회장 '1조 실탄' 확보…모비스 지분 4% 매입 가능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할 듯
마켓인사이트 1월12일 오후 4시25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대량 매각하는 것은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동시에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판 돈을 ‘실탄’으로 삼아 현대모비스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종목의 주식을 매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규제 피하며 지배구조 개선

지난해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사 간 거래물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서 오너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이면 초과분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된다.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일부 지분 매각은 오너 일가 지분율을 30% 밑으로 낮춰 과세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란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 취지에 맞춰 계열사 지분 30%를 충족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확보한 현금 일부를 재원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확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몽구 회장은 앞서 현대글로비스 주식 6500억원어치, 이노션 주식 2000억원어치 등 총 8500억원의 사재를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출연했다. 정몽구 재단은 저소득층 기초생활 지원, 인재 육성, 어린이 희망의료사업, 청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 등 사회공헌 활동을 벌여왔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이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도를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선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정 부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손에 쥐는 1조원으로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관측이다. 정 회장 부자가 파는 주식 물량은 현대글로비스 하루 평균 거래량으로 따지면 약 130일치로 일반적인 블록딜(20~30일치)보다 5배 이상 큰 규모다. 규모에 비해 할인율(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주식가격을 일부 깎아주는 것)이 높지 않아 정 회장 부자는 약 1조3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현대모비스 지분 4%가량을 살 수 있는 자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따른 과세 부담을 줄이면서 정 부회장은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거래”라고 분석했다.

○지배구조 개편주에 ‘훈풍’

지난해 삼성그룹에 이어 올 들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SK와 롯데, 한화 등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큰 주요 그룹으로도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SK그룹에서는 SK C&C가 열쇠를 쥐고 있다. SK C&C가 SK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에서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태원 SK 회장이 SK C&C의 최대주주(32.8%)다. SK C&C 주가는 최근 1년 새 84.6% 뛰었다.

롯데그룹에서는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주요 임직원에서 모두 해임되면서 후계구도와 지배구조 변화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형제간 지분율이 비슷해 정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식품과 유통 등 51개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며 “현금이 많은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해 세 아들이 모두 그룹 경영 전선에 뛰어들면서 이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 한화S&C의 역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주회사 격인 한화에 대한 3세 지분 보유율이 8%도 안 돼, 한화S&C와의 합병 가능성이 나온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화S&C가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삼성그룹의 제일모직, SK그룹의 SK C&C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영효/윤정현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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