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국가들이 ‘원자재의 저주’에서 벗어나고 있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이 국제유가의 폭락으로 국가부도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과 달리 남미의 페루와 칠레,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잠비아 등은 올해도 안정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올해 남미의 경제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경제가 0%대 성장에 직면한 것과 달리 칠레와 페루는 각각 3%와 5%대의 견조한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칠레는 세계 구리생산의 35%를 차지하는 국가다. 페루 역시 철광석을 비롯한 각종 광물이 수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아프리카 역시 제1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잠비아, 앙골라, 르완다 등 사하라사막 이남 국가 대부분이 원자재 수출이 주된 국가수입원이지만 올해 5%대의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세계은행은 전망했다. 이들 국가가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사업 다각화와 효율적인 재정전략 덕분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칠레와 잠비아의 경우 원자재 가격 사이클에 대응해 재정정책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상승 시 재정을 비축한 뒤 가격 하락기에 정부지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경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프리카는 기업 환경을 개선,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유치하면서 원자재 가격 폭락이라는 재앙을 피해가고 있다. 르완다의 경우 전면적인 규제 완화를 실시, 세계은행의 투자환경 조사 결과에서 이탈리아를 앞섰다. 사하라사막 이남지역의 전년 대비 FDI 증가율은 2012년 5%에서 지난해 10%로 급증했다. 나이지리아는 미국의 셰일원유 개발붐으로 대미 원유 수출이 지난해 8월 이후 전면 중단되고, 자국 화폐가치가 13%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올해 5.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나이지리아가 과거 수출의 95% 이상을 원유에 전적으로 의존했지만 지금은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금융과 통신, 건설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원자재의 저주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자원빈국보다 낮은 현상을 뜻한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경제 특성상 산업구조를 다양화하기 어렵고, 가격 변동에 취약해 예측 가능한 경제계획을 수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93년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오티가 처음 사용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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