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조합원 조직적 반대
7개월 넘게 진통을 겪었던 현대중공업 노사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천신만고 끝에 노사가 합의한 임금 및 단체협약안이 7일 조합원 표결에서 부결됐다. 적자 탈출을 위해 임원 30%를 줄인 것을 비롯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강도 개혁을 추진해온 현대중공업으로선 다시금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이 회사는 조선업황 침체와 저가 수주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조합원 1만6762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표가 1만390표(66.47%)에 달해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현장 노동조직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반대 운동이 벌어진 것이 합의안이 부결된 주된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정말로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조합원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12월31일 기본급 대비 2%인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150%(주식)와 200만원(현금) 지급, 직무환경수당 1만원 인상, 상여금 700%의 통상임금 포함 등에 합의했다. 또 합의안에서 정년 연장과 관련해서는 2015년 1월부터 정년을 60세로 확정하되 임금 삭감폭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끝내 부결됐다. 정병모 위원장 등 노조집행부가 임단협 초반에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 조합원들의 임금 인상 기대를 지나치게 높였고, 이것이 표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많다. 정 위원장은 한때 “현대자동차보다 더 높은 임금 수준을 반드시 쟁취하겠다”며 2013년(3만500원)의 네 배가 넘는 13만2000원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3조원 넘는 적자를 낸 회사에서 업종이 다른 기업과 단순 비교해 투쟁 목표를 정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회사로서는 더 이상 내놓을 게 없다는 입장이어서 새해부터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투표 전날인 6일 오전 울산 본사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편지를 건네며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찬성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적자를 탈출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급한 위기 상황인데 노조 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김보라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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