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타고 부상한 시리자…유로존 '태풍의 핵'으로

입력 2015-01-07 21:43 수정 2015-01-08 02:32

지면 지면정보

2015-01-08A13면

"재정긴축 중단·재벌개혁" 공약…'그렉시트' 공포
지지율 30%…총선 승리해도 집권여부는 미지수

지난달부터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선 ‘시리자(SYRIZA)’라는 그리스어가 부쩍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리자는 오는 25일 열리는 그리스 총선에서 집권 신민당을 누르고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제1야당이다.

이들은 유럽연합(EU)이 구제금융 제공의 조건으로 제시한 재정 긴축을 중단하고,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받은 빚 2400억유로(약 320조원)의 절반은 갚지 않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7일에는 “집권하면 최우선 과제로 재벌의 경제 독점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해 눈길을 끌었다.

시리자는 EU와 ECB가 채무 재조정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까지 감수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유로화 가치는 9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고,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공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그리스에서조차 소수파에 불과했던 정당이 세계 경제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그리스 13개 좌파조직의 연합

시리자란 ‘급진좌파연합’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약자다. 말 그대로 기존 정당의 틀 밖에 있던 극좌성향 정치조직들이 연합한 정당이다. 공산주의자와 생태주의자들은 물론 마오쩌둥주의 및 트로츠키주의까지 가지각색의 좌파조직 13개가 시리자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민영화와 코소보전쟁 등 주요 이슈에 대해 공동 행동을 취하던 이들 급진좌파 조직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서 연대해 보다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시리자를 창당했다. 하지만 2010년 전까지는 그리스 양대정당인 신민당과 사회당에 밀려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9년까지 치러진 세 번의 총선에선 5% 이하의 득표율에 10석 내외의 의석을 가져갔을 뿐이다.

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가 기회가 됐다. 시리자는 재정 긴축을 이유로 복지정책을 대폭 손본 그리스 정부에 강하게 반대하며 가두투쟁을 불사했다. 긴축으로 고통받던 그리스 국민들은 시리자를 대안 정치세력으로 인식했고 시리자의 의석은 2012년 총선에서 71석까지 늘었다. 지난 5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시리자는 30.4%의 지지를 얻어 27.1%의 지지율을 기록한 집권 신민당을 앞서고 있다.

◆유로존 탈퇴 등 밀어붙일 수 있을까
시리자의 의사결정구조를 보면 집권하더라도 공언한 정책들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리자는 개성이 강한 좌파조직들이 모여 있는 당이다 보니 통일된 강령이나 조직이 없다. 당내 최대 다수파인 좌파생태주의연합이 무게중심을 잡고 있지만 다른 조직이 이들의 독주에 반발하면서 창당 이후에도 수차례 당이 분열될 위기를 맞았다. 신민당 등 반대 정치세력에서 “유로존 탈퇴와 같은 중요한 이슈를 두고도 매일 입장이 바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스에서는 1981년에도 급진좌파 정당이 정권을 잡았던 적이 있지만 공약했던 미군기지 철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등을 이루지 못했다.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정권 창출이 가능할지는 별개 문제다. 그리스 선거법에 따르면 의회 전체 300석 중 250석은 선거로 정하지만, 50석은 원내 제1당에 자동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리자와 신민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제1당이 되더라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연정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면 정권을 신민당에 내주거나 다시 총선을 실시해야 할 수도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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