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가 등록금을 내지 않고도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0학점 등록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해 학생들 사이에 반발이 일고 있다.

5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학교 측은 2015학년도 1학기부터는 정규 학기인 8학기 이상을 등록하고 정해진 학점을 모두 취득한 학생에 대해 학사학위 수료를 인정하는 '과정수료제'를 신설하는 내용의 학칙개정안을 지난달 말 공고했다.

그동안 이대 학생들은 졸업논문을 내지 않거나 채플을 이수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추가 학점을 등록하지 않고도 재학생 신분으로 졸업을 미뤄왔다.

특히 최근 몇년 새 극심해진 취업난 때문에 장기 취업준비생이 늘면서 학생들이 0학점 등록으로 졸업을 미루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다.

그러나 과정수료제가 도입되면 최소 학점을 채운 학생은 졸업을 미루고 싶어도 더 이상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수료생이 되지 않으려면 등록금의 6분의 1 이상을 내고 1학점 이상 추가 등록해 수업을 들어야 한다.

결국 재학생 자격을 유지하려면 등록금을 더 내야 하는 셈이어서 취업을 앞둔 학생들은 즉각 반발했다.

구직 서류에 재학생이 아닌 수료생으로 기재되면 '취업 못한 무능력자'라는 딱지를 공개적으로 붙이는 셈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 주최의 각종 공모전, 인턴제도 등은 대부분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수료생은 지원조차 할 수 없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의견을 뒤늦게 수렴해 수료생도 취업과 진학 등에 필요한 증빙을 위해 재학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 이용 등도 재학생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수료생으로 신분이 전환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물리학과 10학번 김모양은 "기업들은 수료생보다 재학생을 선호하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각종 공모전도 대부분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재학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해도 수료생이 되고 나면 취업시장에서 더욱 '슈퍼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당장 올해부터 시행될 결정을 바로 직전 학기에, 그것도 종강 이후에 알려주는 것은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다른 사립대들도 졸업유예 제도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며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건국대는 졸업을 유예하려면 1학점 이상 수강신청을 하고 등록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학칙을 개정해 새 학기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서강대는 영어성적을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졸업장을 줬으나 일부러 성적표를 안 내고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늘자 영어성적 제출을 졸업요건에서 없앴다.

대학들의 이 같은 조치는 취업난 때문에 재학생이 쌓이면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늘어나 각종 대학 평가에서 불리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등록금을 더 내게 되면 학교 재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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