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 前 전경련 상무 집필
"치열한 삶의 궤적, 되돌아볼 때"

< ‘포니 신화’ 창조한 정주영 회장 >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85년 현대자동차 ‘포니엑셀’ 신차 발표회에서 포니엑셀을 지켜보고 있다. 한경DB

“정 회장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자동차 독자 개발을 포기하십시오.”

1977년 5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만난 리처드 스나이더 주한 미국대사의 어조는 강경했다. 스나이더 대사는 정 회장에게 “현대가 계속 독자 생산을 고집한다면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해외사업에서 힘들어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정 회장은 굴하지 않았다. 해외 원조나 기술 이전 등에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던 때였지만 정 회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정 회장은 “이제 막 성장하는 소년기인 한국에 자동차 산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곧 5000달러가 될 것이며, 쉽지 않겠지만 열심히 하면 자동차 수출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렇게 한국은 30여년 만에 자동차 수출국을 넘어 세계 자동차 4대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정 회장은 각종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숱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럴 때마다 나온 그의 한마디는 “이봐, 해봤어?”였다.
이 같은 정 회장의 ‘해봤어’ 정신의 다양한 사례를 모은 책이 내년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출간됐다. 책 제목은 ‘이봐, 해봤어?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정주영’(프리이코노미북스)이다. 정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았던 1977년부터 10년 넘게 보좌한 박정웅 전 전경련 국제담당 상무가 집필했다.

저자는 최근 10여년간 방송과 각종 강연을 통해 정 회장의 ‘해봤어’ 정신을 알려오다 정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전기를 썼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1915년 11월25일 강원 통천군에서 6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정 회장의 비화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당시 건설부와 서울시의 예산 전망치가 400% 가까이 차이 난 이야기, 정 회장의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석유 파동을 넘긴 일화, 큰손이기도 하면서 구두쇠였던 정 회장의 면모 등을 담았다.

박 전 상무는 “정 회장의 치열한 삶의 궤적과 면모를 되새겨보고 이런 정신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며 “다시금 도전과 용기, 창조와 혁신의 에너지로 위기의 한국을 다시 세우는 데 모두가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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