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비트코인 천재' 비탈릭 부테린 이시리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제치고 세계 IT기술상 수상…10세때 프로그래밍 독학
비트코인 블록체인기술 활용…스위스에 이리시움재단 설립
1500만弗 투자 이끌어내

지난 11월19일 미국 뉴욕 타임앤드라이프 빌딩. 뜻밖의 이름이 불리자 행사장은 술렁였다. 세계 과학기술계에서 그해 가장 혁신적인 공을 세운 사람을 시상하는 ‘월드테크놀로지어워드’. 올해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부문 수상자로 비탈릭 부테린 이시리움 창업자(사진)의 이름이 발표됐다.

수상 후보에는 13억명의 이용자로 거대 페이스북 왕국을 건설한 마크 저커버그가 올라 있었다. 많은 사람이 저커버그의 수상을 예상했으나 빗나갔다. 부테린이 만든 이시리움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1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상화폐 콘퍼런스 ‘인사이드 비트코인’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이시리움에 관한 질문을 하자 속사포처럼 답을 쏟아냈다. “비트코인 기술을 응용하면 지급결제뿐 아니라 주식 발행, 부동산 계약, 보험상품 설계, 법인 등록, 전자투표 등을 중앙 인증기관 없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의 비트코인 형태로는 이 같은 기능의 구현이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자유자재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가상화폐 이시리움을 만든 이유입니다.”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가상화폐

이시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이다. 부테린은 “비트코인은 거래 인증 과정에 막대한 컴퓨터 연산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대한 슈퍼컴퓨터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시리움은 이 네트워크를 거래 인증에만 사용하지 않고 아예 소프트웨어를 가동하는 데 쓰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에 사용된 그리드 컴퓨팅 기술과 비슷하다. 그는 “소프트웨어의 구동은 사용자 컴퓨터가 아닌 이시리움 네트워크에서 이뤄지고 사용자 컴퓨터는 화면만 전송받아 출력한다”며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만큼 이시리움 네트워크의 가상화폐인 이더(ether)를 지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기업이 장악한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벗어나 개인들의 분권화된(P2P)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이시리움은 그 자체가 프로그래밍 언어다. 소유권 등 증명이 필요한 모든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에 최적화했다. 솔리디티(Solidity)라는 독자적인 언어와 함께 C++, 자바스크립트, 파이선, GO 등 기존 언어도 지원한다. 최근 각광받는 사물인터넷(IoT)과 핀테크 앱 개발에도 적합하다.

○초등생 시절 직접 게임 만들어

부테린은 올해 스무 살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왔다. 열 살 때 우연히 아버지 서재에 꽂힌 소프트웨어 개발 서적을 보고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초등학생 때부터 하고 싶은 게임이 생각나면 직접 만들어 즐길 정도로 천재성을 발휘했다. 고교생이던 2011년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접하고 깊이 매료됐다. 이후 ‘비트코인 매거진’을 발행하며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유명 인사가 됐다.

캐나다 워털루대에 다니던 그는 지난해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기술을 인터넷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자퇴했다. 곧이어 스위스 취리히에 이시리움재단을 세웠다. 지난 8월에는 이더를 선판매하는 방식으로 1500만달러(약 165억원)를 투자받았다. 아직 베타테스트 단계인 이시리움은 내년 3월 정식으로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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