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의 해 2014년도 어김없이 ‘다사다난’의 기록을 역사의 페이지에 남기며 저물고 있습니다. 이 때 명화는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말로 ‘힐링’ 의 마력을 제공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필수적으로 관람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감상에 빠져 보겠습니다. [이미지제공=KAIST]

그림을 잠시 설명 드리자면 각 시대별 특징을 반영한 ‘모나리자’인 셈인데요. 위의 맨 왼쪽이 르네상스 시대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 원본입니다. 그 오른쪽은 각각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모나리자고요. 다시 왼쪽부터 각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시대의 모나리자입니다.

이 대목에서 “각각의 이미지에서 나타난 의미가 무엇?”하는 의문 또는 궁금증이 제기될 터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 물리학과의 정하웅 교수와 한양대 응용물리학과 손승우 교수로 부터 이에 대한 대답을 들어보겠습니다.

“이는 미술사에서 중세로부터 사실주의까지 1000년에 걸친 서양화 1만여 점에 대한 빅데이터를 과학의 복잡계 이론으로 분석해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작인 모나리자를 시대별 스타일에 맞게 재구성해 본 그림입니다. 이를 통해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명암대비 기법의 강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그동안 물질세계의 복잡성을 분석하던 방법인 ‘복잡계 Complex Systems 이론’을 인류 문화유산인 ‘회화’에 적용해 지난 1000년간 서양 미술의 변천에 숨어 있는 복잡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정량화하는 연구로 전 세계 과학과 문화계의 시선집중입니다.

정하웅, 손승우 두 교수의 지도아래 KAIST 물리학과 김영호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Nature가 발행하는 ‘사이언티픽 리포트 Scientific Reports’ 12월 1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습니다. 특히 이 연구는 미술과 과학을 융합한 독특한 테마라는 점 때문에 리서치 하이라이트로 뽑혀 네이처 홈페이지의 메인 글로 소개됐습니다. [아래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KAIST제공] 사실 국내 연구가 이처럼 대접받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네이처 홈페이지 메인에 걸린 연구

KAIST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21세기 화두인 이른바 ‘빅데이터’가 최근 관심사로 급부상하면서 방대하고 복잡한 예술·인문학 자료를 전산화해 분석하는 시도에 잇따라 나서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빅데이터에서 질서를 찾기 위한 한 방식으로 앞서 언급한 복잡계라고 불리는 과학적인 방법론을 이용합니다. 다른 말로 이를 ‘데이터과학’으로도 일컫습니다.

이를 통해 미술분야에선 그동안 회화에 사용된 물감의 구성성분, 연대측정, 회화의 진위여부를 정량적으로 판별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양 미술사 전반을 아우르는 대규모 분석의 경우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거의 시도되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KAIST와 한양대 공동 연구팀은 이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 물리학 컴퓨터 네트워킹 연구센터 Computer Networking Centre of the Wigner Research Centre for Physics의 온라인 갤러리에서 중세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형태의 서양회화 1만여점을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양 미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연구에 나섰습니다. 분석은 물리학에서 쓰는 ‘상관함수’를 온라인 갤러리에서 취합한 서양 미술의 빅데이터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고요.

[상관함수 Correlation Function= 서로 다른 두 위치에서 측정한 양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비슷한지를 나타내는 함수. 이번 연구에서는 2차원 공간에서 측정량이 비슷할수록 함수값이 작게 나타나는 상관함수를 사용. 2차원 공간에서 측정대상이 무작위로 분포하면 거리에 따른 상관 함수는 일정하고 측정대상이 무작위 분포에서 멀어질수록 거리에 따른 상관 함수는 증가.]

연구 결과, 서양 미술은 시간이 흐를수록 명암대비 효과가 점점 높아지는 경향이 드러난 것이 특징으로 꼽힙니다. 또 여기서 사용한 상관함수를 잭슨 폴록의 드립 페인팅에 적용해 보니 공간적인 명암대비 효과가 거의 없어 무작위로 만든 그림에 가깝다고 드러났습니다.
[아래 이미지 참조 = 이는 중세 회화와 드립 페인팅 비교인데 a는 중세 회화로 구성한 밝기 표면이고 b는 잭슨 폴록의 드립 페인팅 작품으로 구성한 밝기 표면. c와 d에서 빨간색 점은 그림에서 거리에 따른 평균 밝기차이 상관함수. 파란색 점은 그림을 무작위로 섞어서 만든 이미지에서 거리에 따른 평균 밝기차이 상관함수.]

/KAIST 제공

공동 연구팀은 특히 이번 연구 결과, “1000년간에 걸친 서양미술의 경우 그림 속 물체의 윤곽선이 모호해지다 낭만주의 시대 무렵 다시 뚜렷해지는 변화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중세 시대에는 색상을 다양하게 사용하지 않았고 정치와 종교적인 이유로 특정 염료만을 선호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같은 이유로 당시에는 색을 직접 혼합하지 않고 오직 덧칠로만 다양한 색을 표현했다는 것도 분석해 냈습니다.

정하웅 교수는 “물질세계의 복잡성 연구는 자연과학에서 오랜 관심사였지만 예술이나 인문사회 분야에서 관련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진 것은 인터넷 대중화 이후”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물질세계의 복잡성을 다루던 기법으로 인류 문화유산인 회화에 숨은 복잡성을 찾아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손승우 교수는 “학문 사이 통섭은 이제 융·복합이라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학문간 활발한 대화를 통해 예술과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아직도 여전히 숨어 있는 복잡성을 규명할 필요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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