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은행聯 '차명거래 원천금지' 세부 지침 마련

생계형 등 비과세상품 가족명의로 가입 '불법'
동창회 등 단체회비 총무명의 관리는 가능
세뱃돈도 부모명의 통장이면 부모 돈
오는 29일부터 가족을 포함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자신의 돈을 예금해서 세금 혜택을 보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세금 혜택을 받지 않으면 처벌은 피하지만 돈의 소유자는 자신이 아닌 예금 명의자가 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29일부터 차명거래를 원천 금지하는 개정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련 법률’ 시행을 앞두고 이런 내용의 세부 지침을 마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7일 주요 쟁점 사안의 협의를 대부분 마쳤으며 이번주 각 은행에 지침을 전달하고 지점 창구에서 안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명계좌로 세금혜택 보면 불법

생계형저축과 세금우대종합저축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예치금에 한도가 있다. 두 상품 모두 60세 이상이면 각각 3000만원까지만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거액 자산가 중 상당수는 아들이나 딸 등 가족 명의로 이 상품에 가입해 세금 혜택을 더 받았다.

오는 29일부터는 이렇게 하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일부에서 생계형저축과 세금우대종합저축은 ‘가족 재테크’ 차원에서 가족 명의 추가 가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명거래는 금지하기로 했다. 새로 시행되는 개정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련 법률’은 불법 행위를 목적으로 한 다른 사람 이름의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예금자 보호 한도(5000만원) 때문에 예금의 안전성을 위해 가족 명의로 분산 가입하는 경우도 ‘선의의 차명거래’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따라 5000만원 이상 예금자들이 손해를 입은 사례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예금을 분산했다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진다면 이 역시 세금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고 불법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예금 등의 명의를 분산해 이자 등 본인 이름으로 발생한 금융소득을 2000만원 이하로 줄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서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돈을 부모가 본인 명의로 신규 예금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예금을 분산한 덕에 세금 등에서 혜택을 봤을 경우다.

○차명계좌 돈은 명의인 소유

가족 등 다른 사람 이름으로 본인의 돈을 예금하는 행위 자체가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다. 세금에 변화만 없다면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자식이 받은 세뱃돈을 부모가 관리 차원에서 본인 명의 통장에 넣었거나, 부모가 자신들의 돈을 향후 교육비 등 명목으로 자식 이름의 통장에 예금했더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나 증여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상관없다.

또 동창회나 종친회 등 단체의 회비를 총무가 본인 명의 계좌로 관리하는 것도 불법 차명거래로 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 목적도 없고 세금에도 변화가 없다면 자신의 돈을 다른 사람 명의로 보관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맡긴 돈은 원칙적으로 해당 계좌 명의자의 소유가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실질적인 소유자가 따로 있더라도 다른 사람 이름의 계좌에 맡긴 돈에 대해서는 실제 소유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있는 돈은 이번 법 시행 이후 계좌 명의자 소유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남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해 돈을 떼일 우려가 있다면 법 시행 전에 되찾아 올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만 이 경우 그동안 차명으로 자금을 관리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어서 과세당국의 ‘차명재산 관리시스템’에 등록돼 추적받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김일규/장창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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