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프런티어
동물 백신 만드는 송대섭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닭에서 옮은 H3N2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따른 부작용 없애
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 후'에 한국 수의학계 최연소 등재

부작용 없는 개 인플루엔자 백신의 생산 기술을 개발한 송대섭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왼쪽).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2007년 5월 수도권의 한 동물병원에 급성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개 한 마리가 실려왔다. 병원체를 분석한 결과 원인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개에 전이된 H3N2 인플루엔자였다. 개 인플루엔자는 2004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개 경주장에서 처음 보고됐지만 이는 H3N8형이었다. H3N2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된 개 인플루엔자다.

고열과 함께 기침, 콧물, 무기력, 식욕 감퇴를 동반하며 심해지면 폐렴 증상이 나타나 죽게 된다. 치료하지 않으면 치사율은 20%에 이른다. 2009~2010년 전국적 유행과 함께 백신이 개발됐다. 치사율을 10만마리당 한 마리로 줄었다. 하지만 일부 개에게서 접종 부위 또는 얼굴이 붓거나, 백신을 맞고 나서 며칠간 침울해져 밥을 잘 안 먹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송대섭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동물 백신은 생산 비용 때문에 사람 백신만큼 정제된 백신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심각한 부작용은 아니지만 개는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이기 때문에 애완견 주인들의 걱정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7월 개 인플루엔자 백신의 불순물을 96% 이상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정 원심 조건 찾아

국내에서 발생한 H3N2는 개고기를 공급하는 개농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송 연구원은 “양계장에서 닭이나 오리가 폐사한 것을 그냥 버리면 사체 처리비가 드니 이를 개농장에 보내 먹이로 썼다”며 “이 과정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변형돼 개에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H3N2는 해마다 발생하기 때문에 애완견들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돼지 소와 달리 개는 백신 부작용에 따라 주인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그는 “사람 백신은 초원심분리기로 돌려 불순물을 제거하지만 동물 백신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법을 찾기까지 1년6개월이 걸렸다. 초원심분리를 하지 않고도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는 조건을 찾기 위해 같은 실험을 무수히 되풀이했다. 동물병원에 찾아가 직접 접종하고 채혈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 결과 추가 투자 없이 기존 생산 공정에서도 불순물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이오노트라는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백신을 만들고 있다. 그는 “회사 기밀이라 정확한 방법을 설명할 순 없지만 특정 원심 조건을 찾아내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앞으로 돼지나 조류 백신에도 활용할 여지가 있다.

○종 간 전파 차단해야

2009년 세계 3대 인명사전 가운데 하나인 ‘마르퀴스 후즈 후’에 한국 수의학계 최연소로 이름을 올린 송 연구원은 그동안 세계 최초의 먹는 돼지설사병 백신, 돼지서코바이러스 백신 제조기술 등 동물 백신 개발 연구에 전념했다.

그는 “동물 백신은 축산업을 보호한다는 측면뿐 아니라 동물의 질병이 사람에게 전파돼 치명적인 사태로 번지는 것을 예방한다는 점에서도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에서 보듯 동물에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문제가 되면서 보건학계에서는 ‘원 헬스’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는 사람과 가깝고 바이러스 변형이 잘 일어난다는 점 때문에 요주의 대상이 됐다. 송 연구원은 “사람의 계절 독감이 개에게 잘 전파된다”며 “문제는 개에게 들어간 바이러스가 변형된 후 다시 사람에게 전파될 경우”라고 말했다. H3N2는 아직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는 없지만 언제 어떤 바이러스가 개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될지 알 수 없다.

그는 “개 인플루엔자는 중국과 태국으로도 번지고 있다”며 “효과적이고 경제성 있는 동물 백신으로 개에서 여러 인플루엔자가 섞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