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전체 회의서 종합심사 생략·통과
소위 심사도 단 네차례…또 졸속·부실 심사

< 국회에 나온 장관들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여섯 번째), 황우여 교육부 장관(두 번째) 등 부처 장관들이 2일 국회 본회의가 끝나자 밖으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2013 회계연도 결산안을 처리했다. 법으로 정한 처리 시한(9월1일 이전)을 한 달이나 넘겼고, 심사 기간이 나흘밖에 되지 않아 ‘졸속 심사’라는 오명을 올해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는 정부가 결산안을 제출하면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과정을 거친다. 정부가 결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 5월30일이다. 하지만 여야가 두 번의 선거(6·4 지방선거,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정쟁을 벌이는 바람에 각 상임위의 결산안이 7~8월이 돼서야 예결위로 넘어갔다.

종합심사를 벌이는 예결위 결산심사소위원회는 8월18일부터 21일까지 네 차례 회의를 했다. 하지만 19일 열린 2차 회의는 3시간여 동안만 진행했다. 이날은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2차 협상에 합의한 날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협상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2차 합의안에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결산소위 위원장인 이춘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오전에 2시간 회의를 진행하고 오후 회의가 2시55분부터 4시11분까지 1시간여 이뤄진 시점에서 “저희가 의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정회하고 잠정적으로 오후 7시에 속개하는 걸로 하겠다”고 말했다. 결산 심사에 참여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저녁 식사 후 밤 12시 무렵까지 국회에서 대기했지만 이날 회의는 다시 열리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 회의를 오전 10시35분부터 오후 9시45분까지 ‘밀린 숙제하듯’ 해야만 했다.

이처럼 결산소위가 단 4일 만에 51개 부처가 지난해 사용한 약 349조원의 예산을 심사했지만, 결산안이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를 넘는 데는 한 달 이상을 더 기다려야 했다.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대치를 이어가는 바람에 본회의를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타결한 지 이틀 만인 2일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잇따라 열어 결산안을 통과시켰다. 예결위 전체회의는 종합심사 과정을 생략한 채 30분 만에 끝내고 본회의에 넘겼다.

국회법에는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1일 이전에 결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을 도입한 2003년 이후 처리 시한을 지킨 적은 2011년 한 번뿐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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