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경영인 부문 -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매출보다 원칙·신뢰 고집…화장품 OEM '한우물'
매출 6%이상 R&D 투자…글로벌 화장품社로 도약

지난 2월22일 경남 하동군 지리산 둘레길 입구.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과 임직원 28명은 지리산 등반에 오르기 전 주먹을 불끈 쥐고 “우보천리(牛步千里), 천리! 천리!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윤 회장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이날까지 석 달 동안 주말마다 직원들과 함께 지리산에 올랐다. 지리산에 갈 때마다 하루 12㎞를 걸었다. 올해로 4년째인 이 행사에 참여한 직원은 300명이 넘는다. 회사 내에선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고 해서 ‘우보천리 행군’이라고 부른다.

칠순을 바라보는 윤 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우보천리 행군’을 하게 된 것은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소의 걸음이 느린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소는 절대로 뒷걸음치지 않거든요. 그리고 오래 갑니다. 오래 가는 것이 결국에는 가장 빨리 가는 것임을 한국콜마 임직원들은 항상 명심하고 있습니다.”

윤 회장은 “이제 화장품사업은 내수가 아닌 세계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그 길을 나 혼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시장은 신념과 의지를 공유하는 임직원들이 하나가 돼야 개척할 수 있는 신세계’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윤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한국콜마가 걸어온 길을 회상하며 “전기료를 못 내 단전 통보를 받은 적도 있었고, 화장품 주문업체들이 단가를 턱없이 낮춰 불러 의기소침하게 만든 적도 수없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당장의 이익에 치우쳐 원칙과 신뢰를 저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게 오늘날 한국콜마 하면 ‘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품의 대표주자라고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힘줘 말했다.

윤 회장은 ‘매출을 빨리 늘려야겠다’는 유혹에 부딪칠 때마다 자신이 만든 ‘유기농 경영’을 되뇌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농약과 비료 등 화학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을 제대로 하려면 그 순간의 이해관계에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한 길을 걸어온 것도 ‘유기농 경영’을 해온 결과라는 것이다.

윤 회장이 주장하는 ‘유기농 경영’의 요체는 기술경영과 인간경영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기술경영은 매년 매출액의 6%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간경영과 관련해서는 사원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것과 관련된 얘기들이 많다. 화학비료가 아닌 퇴비를 이용하는 것이 토양의 질을 윤택하게 하듯, 임직원의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 회사를 위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예컨대 한국콜마 직원들은 친부모든 처가부모든 관계없이 부모를 모시면 부모 한 사람당 매달 20만원의 ‘효도수당’을 받는다. 3~7세에 해당하는 자녀가 있으면 ‘미취학아동교육수당’을 받는다. 회사가 잘 되려면 직원 가정이 편해야 한다는 철학에서 시작한 제도들이다.

윤 회장이 대웅제약 상무 시절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는 ‘반일휴가제’는 1990년 한국콜마를 설립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제도다. 직원들이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반일휴가를 내고 용무를 보고 오라는 취지다. 윤 회장은 “이 제도를 도입한 뒤 근무시간에 외도하는 일이 없어졌다”며 “근무효율성이 더 높아졌다”고 자랑했다.

윤 회장은 창업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4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현재 한국금융센터 이사장, 월드클래스300협의회 회장, 협성대 석좌교수 등을 맡고 있다. 윤 회장은 지인들에게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계영배(戒盈杯·술이 일정한 한도에 차오르면 새어 나가도록 만든 잔)’를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 윤동한 회장은…
대웅제약 다니다 43세에 한국콜마 창업
25년간 매출 매년 10% 이상씩 늘려


윤 회장은 1970년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농협중앙회에 입사했고 5년간 금융에 대해 배웠다. 이후 1974년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나와 대웅제약으로 직장을 옮겼다. 뚝심과 기획력을 인정받아 부사장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43세의 나이였던 1990년, 창업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당시로선 불모지인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에 뛰어들었다.

윤 회장은 일본콜마의 지원을 받아 국내 처음으로 화장품 OEM업체인 한국콜마를 설립했다. 이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분야를 처음 개척했다. 화장품 회사가 만들어달라는 제품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유형의 화장품을 개발해 마케팅을 했다.

한국콜마는 25년간 매년 1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만 3754억원, 자회사까지 포함한 총매출 6300억원인 회사로 성장했다.

한국콜마는 요즘 중국 등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2007년 설립한 베이징콜마는 지난해 매출 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우보’가 아닌 ‘속보(速步)’라 해야 할 만큼 놀라운 성장속도다. 현재 베이징콜마는 공장을 증축해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내년부터 베이징공장의 생산능력을 늘려 기존의 4배가량인 연간 1억4000만개 기초·색조화장품을 생산한다.

윤 회장은 내년에 광저우공장도 새로 건립할 예정이다. 베이징콜마만으로는 늘어나는 중국 남방권역의 생산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현재 중국 내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품의 인기는 대단하다. 현지 화장품 업체들의 러브콜이 밀려들고 있다. 윤 회장은 “앞으로 4~5년 뒤에는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시장에서는 특산물을 이용한 화장품 제조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국콜마 공장이 있는 충남 연기군의 특산물인 복숭아를 원료로 한 화장품 ‘도화랑’이 대표적이다. 보령 머드축제에서 쓰인 진흙팩도 한국콜마의 작품이다. 윤 회장은 “국화, 사과 등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화장품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윤 회장은 또 “제약 사업은 화장품 크림처럼 피부에 바르는 연고제를 피부과에 납품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윤동한 회장 프로필

△1947년 대구 출생 △대구 계성고 졸업(1965)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1970) △서울대 대학원(경영학) 수료(1974) △수원대 대학원 경영학박사(2008) △대웅제약 부사장(1988) △한국콜마 설립(대표이사 회장·1990) △한국금융연구센터 이사장 △협성대 석좌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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