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맥주가 오비와 하이트 뿐인 줄 알았던 때가 불과 20여년 전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 수제 맥주인 '크래프트 비어'의 춘추전국 시대로 돌입했다. 공장 맥주와 차별화되는 다양한 수제 맥주에 대한 욕구가 급증하면서 소규모 양조장에서 수제 맥주를 생산하는 '크래프트 브루어리'들도 하나둘 설립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관심이 절정한 달한 요즘 국내에 수입 에일 맥주 붐을 일으킨 일본 히타치노 네스트 비어가 한국의 크래프트 브루어리에서 히타치노 네스트를 생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부엉이 맥주'로 더 잘 알려진 히타치노 네스트가 전세계적인 품절 현상과 공급 물량 부족을 겪으며 한국 브루어리에서의 생산을 결심했다는 점도 이슈지만 가장 큰 관심은 히타치노 네스트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일 수밖에 없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는 100% 한국자본으로 지난 4월 정부가 주세법 개정안을 시행한 이후 최초로 설립된 크래프트 브루어리이다.

훨씬 쉬운 절차와 낮은 비용으로 맥주 제조 시설을 설립할 수 있는 해외의 국가들도 많고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위탁 브루잉을 제공하는 해외 브루어리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히타치노 네스트가 한국의 신생 브루어리인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를 택한 이유는 뭘까.

일본 히타치노 네스트 맥주를 생산하는 기우치 주조는 "해외 다른 국가보다 맥주 제조 시설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운 한국에서 생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가 가진 가능성과 완벽한 효율성을 갖춘 설비 엔지니어링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었다"라고 설명한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는 2년이 넘는 준비 기간 동안 섬세한 조립 과정을 거쳐 환경에 맞게 조율해 완공시키는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구축했다. 뛰어난 기능성과 효율성을 가진 엔지니어링이야말로 맥주의 퀄리티를 높이는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의 원동력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미국과 일본 내 유명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을 컨설팅했고 8년간 애플의 스티브 잡스 밑에서 직접 맥북(MacBook)과 아이팟(iPod) 엔지니어링 디자인 파트를 담당했던 브루 마스터 마크 헤이먼(Mark Hamon)이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에 상주하며 브루잉을 총괄하고 있다. 또 맥아 제분실, 양조실, 숙성실, 브루잉 랩(실험실), 이스트 발효실, 탭룸(오픈 키친)도 갖춰져 있다.

몰트, 홉과 같은 원재료는 100% 유럽에서 냉장 컨테이너로 수입된 재료들만 사용하며 수입한 직후에는 브류어리 내의 냉장 창고에서 최상의 조건으로 보관된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는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구조와 설비를 토대로 전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퀄리티 콘트롤 센터이자 실험적인 랩(Laboratory)으로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대기업과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하는 국내 맥주 시장에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가 추구하는 이념은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기업 활동'에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의 맥주 팬들에게 헌정하는 한국 고유의 식재료를 활용한 맥주 레시피도 개발하고 있고 한국인으로 구성된 실력 있는 브루 마스터들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개발된 국내 브랜드 제품의 수출하고 잠재 고객과 소통하며 국내 맥주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다소 과감하고 원대한 작명의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좋은 퀄리티의 맥주를 생산한다는 것은 충분한 자본과 생산자의 열정, 기능성을 갖춘 설비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결합돼야 하지만 결국 상품은 소비하는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모습으로 선보여져야 한다. 수많은 브루어리들이 가진 하드웨어적인 요소의 성능은 끊임 없이 고속 성장하고 있지만 결국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는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소프트웨어에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가 가진 창조적인 소프트웨어가 극한 경쟁으로 치달은 맥주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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