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는 왜 항상 0.25%P 단위로 움직이나

'그린스펀 베이비 스텝'이 원조
초저금리 시대 길어지며 유럽선 5~20bp로 관행 파기

향후 금통위 움직임 주목
"한은도 10단위 써볼만"…한은 "금리예측 혼란만 줄뿐"

“기준금리를 반드시 25bp(basis point·1bp=0.01%포인트) 단위로 움직여야 하는 겁니까.”

지난 6월12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들어가기 직전 한 금통위원이 좌중에 반문했다. 기준금리가 낮아(연 2.50%) 25bp씩 조정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그 폭을 10bp로 줄여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주장이었다.

◆어색한 25bp

기준금리 인하(인상) 단위로 자리 잡은 ‘25bp 원칙’에 한은 안에서도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국내에서 10bp, 50bp도 아닌 25bp라는 단위는 어색하다. 그런데도 ‘중앙은행의 관행’이란 이유로 지난 15년간 당연시됐다. 14일 금통위를 앞두고 20명의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가운데 17명도 25bp 수준의 금리인하를 점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25bp일까. 미국에선 25센트 등 쿼터(4분의 1) 단위가 통용돼 25bp가 낯설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10원 단위를 쓰는 만큼 10bp 단위가 일반 국민에게 더 익숙하다.

최근 각국의 행보는 이런 문제 제기에 힘을 실었다. 지난 6월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25%에서 0.15%로 10bp 인하했고 헝가리도 2.4%에서 2.3%로 10bp 떨어뜨렸다. 체코는 2012년 0.05%로 20bp 내렸다.

◆그린스펀의 아기 걸음마

한국의 25bp 관행은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1987~2006년 재임)은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경기를 조절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한 번에 100bp보다는 네 번에 걸쳐 25bp씩 움직여야 한다는 게 결론이었다. 두 자릿수 금리가 흔할 때라 25bp는 ‘그린스펀 베이비스텝(아기 걸음마)’으로 불렸고 이후 각국 중앙은행에 통용됐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25bp조차 ‘거인의 걸음’이 됐다. 중앙은행들은 5~20bp라도 움직이는 방안을 택했다. ECB와 체코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25bp 인하한 뒤 줄곧 동결됐다. 올리기도 내리기도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동결 대신 10bp라도 움직이면 중앙은행이 경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신중하다. 한 고위관계자는 “25bp 단위가 10bp로 바뀔 수 있다면 시장이 금리를 예견하기 더 어려워진다”고 반론을 폈다. 한은이 금리 영향을 예측할 때 쓰는 수학적 모델은 25~50bp에 맞춰져 있다.

◆10bp의 실효성은

25bp 미만의 변화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기준금리 인하는 채권금리 변화 등을 통해 기업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는 게 목표”라며 “헝가리는 10bp를 내려도 실물경제에 영향이 있겠지만 경제 규모가 더 큰 한국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10~20bp 미세조정은 상징적인 의미에 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점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은 조사국의 한 관계자는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불확실성 때문에 못 내릴 때 ‘인하적 동결’을 하게 된다”며 “이럴 때 방향이라도 제시하려면 10bp를 내리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행을 버리고 과감하게 한국식 단위를 채택하자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는 대목이다.

14개월째 금리를 동결한 금통위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논쟁인 셈이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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