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내 핵심부지 공매로
17棟 일부·치안센터 등 2190㎡ 감정가 394억원

30년간 미등기 논란
"아파트 분양했으니 주민 땅"…재건축추진委 소송 채비

누가 낙찰받든 '날벼락'
추진委가 낙찰 땐 사업비 껑충…제3자 가져가면 '알박기' 우려

중층 아파트 재건축의 대명사인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4424가구·부지면적 23만9224㎡) 단지 내 핵심 부지 2190㎡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공매로 나왔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보유 부동산이다. 이 땅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아닌 제3자에게 넘어가면 재건축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앞서 정 전 회장 소유 은마아파트 상가 6000여㎡(연면적 기준)도 경매로 제3자에게 넘어가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파트 부지 공매 ‘날벼락’

26일 캠코와 법무법인 열린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부지의 일부인 대치동 1020의 1번지 2190㎡가 다음달 23일 첫 공매된다. 은마아파트 17동(238가구)의 40%와 은마치안센터 주차장 화단 등이 이 부지 위에 들어서 있다.

이 땅은 1980년 은마아파트가 사용승인을 받은 이후에도 미등기로 남아 있었다. 서울시는 이 땅이 은마아파트를 지은 정 전 회장의 것으로 판단해 지난 2월 강제로 등기한 뒤 국세청이 공매를 신청했다. 해외로 도피 중인 정 전 회장이 체납한 세금 2700억원의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서다. 이 땅의 감정가격은 394억원으로 매겨졌다.

공매와 별개로 땅의 소유권을 두고 법적 분쟁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이 땅이 주민 소유라는 입장이다. 분양과 함께 당연히 주민들 몫으로 넘어왔어야 할 땅이 미등기 상태로 장기간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추진위는 조만간 땅을 되찾기 위한 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3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주민들이 점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시효 취득’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28일 주민총회에서 소송을 대리할 법무법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정 전 회장이 일부 땅의 명의를 넘겨주지 않았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관리 감독을 해야 했던 서울시나 강남구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걸림돌 되나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선 이 땅을 추진위가 낙찰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업비가 낙찰받은 금액만큼 늘어나기는 하지만 추가적인 분쟁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추진위가 낙찰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추진위 관계자는 “조합원 동의를 받기 어렵고, 자금을 조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제3자가 낙찰받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재건축 진행 과정에서 제3자로부터 땅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낙찰자는 아파트 등 건물 소유자가 아니어서 조합원이 되지 못한다. 추진위가 이를 사들여야 하는 이유다. 법적으로 매도청구소송을 통해 추진위가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낙찰자가 시간을 끌면서 높은 가격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제3자에게 넘어간 은마아파트 부동산도 있다. 정 전 회장은 아파트 완공 후 새마을회관 지하대피소 등의 등기를 주민들에게 이전해 주지 않았다. 이 땅이 2006년 2월 경매로 W사에 넘어갔다. 이들 시설은 은마아파트 상가 면적의 16% 정도를 차지한다. 주민들은 수천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건물이 370여억원에 낙찰됐다며 W사가 전형적인 알박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W사가 주도해 재건축에 반대하면 동별 동의요건(3분의 2)을 채우지 못해 조합을 설립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를 무기로 많은 이익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상가를 분리한 뒤 재건축을 할 수 있지만 소송을 거쳐야 한다.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아파트 완공 이후 주민들이 등기를 제대로 넘겨받지 않은 게 화근이 됐다”며 “이런 문제가 생기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의외로 많다”고 설명했다.

조성근/이현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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