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선박관련법

선령제한 20년→30년 확대…일본선 20년된 여객선 폐기
세월호, 개조로 239t 늘려…복원력 떨어져 좌초의 요인
잦은 고장…안전검사 '적합'…'블랙박스' 설치 규정도 없어
허술한 선박 관련법 규정이 전남 진도에서 침몰한 세월호 대참사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처럼 일본에서 폐선 직전의 배를 수입해 탑승 인원을 늘리기 위해 개조하고, 형식적인 선박 안전검사를 받아도 현행법상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18일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사고 여객선 세월호는 1994년 일본에서 건조돼 18년간 운항하다 2012년 10월 사고 선사로 수입됐다. 일본에서는 선령 20년 된 여객선을 원칙적으로 폐기처분하도록 돼 있어 사용연한 만료가 임박한 선박을 매각한 것이다. 한원희 목포해양대 교수(기획처장)는 “국내에서 운항되고 있는 대부분의 대형 크루즈선박이 이런 과정을 거쳐 수입돼 5~6년 운항한 뒤 다시 동남아 쪽으로 매각되고 있다”며 “선박의 통상 내구연한인 20여년을 넘긴 노후 선박들은 그만큼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고 여객선 세월호는 2009년 해운법 개정을 통해 선령 제한이 2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수입이 가능했다.

세월호는 도입 직후인 2012년 10월 리모델링을 통해 용적을 6586t에서 6825t으로 늘렸다. 이는 이번 사고에서 선박이 일시적으로 기울었을 때 복원력을 떨어뜨려 좌초에 이르게 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행 선박안전법과 해양수산부 고시에서는 설비와 구조기준만 지키면 선박의 증톤을 허용하도록 돼 있어 해난사고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박 매매와 화물중개업체인 카나쉬핑의 박승호 사장은 “선박은 건조될 때부터 당초 톤수에 맞게 설계 제작된 것이어서 추후 증톤을 하면 안전성 등 본래의 기능들을 상실할 수 있다”며 “선박의 증톤은 원천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박의 안전검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해수부의 고시 ‘선령 20년 내항여객선의 선박검사기준’에는 세월호 같은 내항여객선은 매년 안전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세월호도 이 규정에 따라 지난 2월10일부터 9일간 안전검사를 받았지만 사고 전후로 조향장치와 레이더 등이 자주 고장났던 것으로 알려져 제도적 보완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여객선에 비행기의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항해기록장치(VDR) 설치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현행 해상인명안전협약에 따르면 3000t 이상 화물선과 국제 항해 여객선에 이 장비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여객선은 예외 대상으로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사고 당일 세월호 출항이 2시간여 지체된 이유가 선체 결함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장치가 있었다면 대형사고를 부르는 무리한 항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임채현 목포해양대 교수는 “해사법규가 국제협약을 국내법화하면서 해상안전법 등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특히 인명과 관련된 여객선에 대해서는 사업성 등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포=윤희은/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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