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중간 거래단계 없애 환불 간소화"…기존 공급업체 "시장독식" 반발

모바일상품권 시장 5000억 규모…카카오톡, B2C시장 90% 차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모바일 상품권 시장에 직접 뛰어든다. ‘카카오 선물하기’ 코너에 모바일 상품권을 공급하던 SK플래닛(기프티콘) KT엠하우스(기프티쇼) CJ E&M(쿠투) 윈큐브마케팅(기프팅)과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관계를 청산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이용자에게 더 편리한 환불 절차를 마련해주기 위해 직접 사업에 진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바일 상품권 업계는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카오가 시장을 독차지하려고 욕심을 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 업체들은 많게는 매출의 90% 이상을 카카오톡에 의존하고 있어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카카오, 모바일 상품권 직접 유통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선물하기’라는 모바일 상품권 플랫폼을 운영하는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바일 상품권 유통에 직접 나서기로 최근 결정했다. 선물하기는 카카오톡 안에 있는 코너로, 이곳에서 이용자들은 스타벅스 커피교환권, 파리바게뜨 케이크상품권, 빕스 5만원권 등을 사 카톡 친구들에게 문자로 선물할 수 있다. 지금까지 카카오는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같은 상품공급자와 직접 계약을 맺는 대신 SK플래닛 KT엠하우스 CJ E&M 윈큐브마케팅 등 네 개 업체에서 모바일 상품권을 공급받아 판매했다.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는 대가로 카카오는 이들로부터 5%가량의 수수료를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 카카오는 이들 업체를 배제하고 상품공급자와 직접 계약을 맺어 모바일 상품권 유통에 나선다. 카카오 관계자는 “모바일 상품권 업체와 계약이 만료되면 더 이상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카카오가 직접 서비스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례대로 SK플래닛이 4월 말, KT엠하우스가 5월 말, 윈큐브마케팅이 6월 말 계약이 만료된다. 카카오는 직접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외부 용역사로 쿠프마케팅을 선정, 시스템 운영 계약을 맺었다. 쿠프마케팅은 카카오를 대신해 모바일 상품권 판매·배송 등과 관련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상품공급사와 제휴를 맺는 업무를 하게 된다.

○모바일 상품권 업체는 ‘멘붕’
카카오 측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모바일 상품권 환불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서비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올 상반기까지 각 사업자가 까다로운 환불 절차를 쉽고 편하게 바꾸라고 권고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모바일 상품권을 카카오톡에서 판매하지만 환불받으려면 SK플래닛이나 KT엠하우스 등에 전화나 이메일로 문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며 “또 네 개 업체에서 상품권을 공급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때 이용자들이 어디로 문의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을 겪는 등 불편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불 절차 간소화’는 시장을 독차지하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모바일 상품권 업계의 시각이다. 한 모바일 상품권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와 모바일상품권 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지금 구조에서도 얼마든지 환불 절차를 편리하게 바꿀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작년 하반기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 카카오는 이 문제를 논의하려고 해도 만나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문을 보내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업계는 지난해 모바일 상품권 시장을 5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파는 B2C 시장은 3500억원 규모다. B2C 거래의 90% 이상은 카카오톡을 통해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2011년 선물하기 코너를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카카오가 먼저 업체들의 참여를 독려하다 시장이 클 만큼 커지자 욕심이 생긴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KT엠하우스 윈큐브마케팅 등은 매출의 90% 이상이 카카오톡을 통해 발생하고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K플래닛은 네이트온 T스토어 등 자체 플랫폼이 있어 카카오톡 의존도가 약간 낮지만 역시 매출의 반 이상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선 내년 5월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모바일 상품권 시장을 독식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수입원인 모바일 게임의 수익 창출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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