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정상회담이 열리면 양국 간 여러 건의 MOU가 체결된다. 우호관계를 보여주는 일종의 증표다. MOU 체결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스위스 측이 이를 일방 취소한 것은 관례상 납득하기 어려운 외교적 결례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한경 보도가 나간 뒤 외교 라인에서 백방으로 뛰어 MOU 체결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어떤 터무니없는 양보가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관세를 둘러싼 양국 관세청장 간 이견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관세가 문제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참석이 결정된 과정부터 따져볼 필요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다보스 포럼은 고위 정치가, 관료, 사업가 간 고급 사교의 장이다. 진지한 토론보다는 장삿속 행사라는 비판과 논란이 항상 제기돼왔던 터다. 그런 행사에 대통령을 모시기 위해 누군가가 무리를 해서 한·스위스 정상회담을 급조해 엮어 넣었다면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관세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구체적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서둘러 대통령 일정을 확정하는 등 MOU 체결도 급조됐을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나라 망신을 당했고 대통령 체면도 구겨졌다. 박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참석은 누가 기획했는지, MOU 소동은 왜 생겼는지 조사해 문책해야 한다. 대통령을 사교 무대에 모셔야 할 이유부터가 없었던 일이다. 그런 자들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깎아 먹는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