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총리가 기어이 일을 저질렀다. 아베 총리가 정권 출범 1주년인 어제 끝내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참배한 것이다. 그는 참배 후 “일본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희생한 영령에게 존숭(尊崇)의 뜻을 표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중국 국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불을 질러놓고 방화가 아니라고 딴전을 부리는 괴이한 언변이다. 한·일 정상회담을 열자는 등의 아베의 언급은 결국 정치쇼에 불과했다.
당장 한·일 관계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 한국 정부는 유진룡 문체부 장관 성명을 통해 이번 신사 참배를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 총리를 직접 거명한 것은 물론 분노, 시대착오적 행위, 잘못된 역사관 등 표현의 강도도 모두 이례적이다. 향후 엄중한 대응을 예고한 점도 그렇다. 중국 역시 “역사 정의와 인류 양식에 도전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미국도 주일 대사관을 통해 “일본이 이웃국가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킬 행위를 한 것에 실망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당혹함이 읽힌다. 그렇지 않아도 영토분쟁과 방공식별구역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동북아다. 이번 사태가 한·미·일 3각 협력체제를 심각하게 균열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는 출범 1년 만에 지지도가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을 만회해 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경화를 통해 보수세력 결집에 나섰다는 것이다. 앞서 수단에서 총알 1만발로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일본 정부의 졸렬성을 보여준다. 참 딱한 일이다. 일본인의 정신세계가 진정 근대화된 것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일본은 스스로 신국으로 부른다. 일왕은 살아있는 신이다. 이런 샤먼적 국가도 없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잘못된 역사관은 바로 이런 원시종교성에서 연유한다. 신국이 어떻게 정상국가가 될 수 있나. 아베 정부는 근린국과 국제사회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꾸 금단의 선을 넘고 있다. 그럴수록 점점 정상국가와 멀어지고 있다. 참 곤란한 이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