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게놈프로젝트로 성장…120여개國서 유전자 분석 쇄도
벤처·창업박람회 대통령 표창

김형태 마크로젠 사장은 “미래 맞춤의학은 개인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의 유전정보를 빠르고 저렴하게 밝혀내는 일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서울시 가산동에 있는 마크로젠 본사 9층 연구실 앞엔 아침마다 페덱스, DHL 마크가 찍혀 있는 문서와 소포가 수십 개씩 쌓인다. 세계 120여개국 생명공학연구소와 병원에서 ‘유전자 서열’을 분석해달라고 보낸 문서와 유전자 샘플이 들어 있는 봉투들이다.

마크로젠은 48시간 내에 받은 샘플을 분석해 결과를 메일로 보내준다. 김형태 마크로젠 사장은 “경쟁사들의 DNA 염기서열 분석 서비스 비용이 샘플 한 개에 20달러였는데 우리는 가격경쟁력에서 앞서 가기 위해 5달러로 치고 나갔다”며 “이 가격에도 납기를 잘 맞추고 오차도 없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토종 1세대’ 바이오 기업

마크로젠은 1997년 서정선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가 의대 내에 있던 유전자이식연구소를 모태로 시작한 연구벤처기업이다. 3년 만인 2000년 450억원의 외부 펀딩을 받은 마크로젠은 코스닥에 1호로 상장한 바이오 벤처기업이 됐다.

이 회사는 지난 4일 벤처기업협회 주최,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열린 벤처·창업박람회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전체 매출의 65%를 해외에서 거두며 ‘6분기 연속’ 100억원대 매출을 올린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회사가 성장할 수 있던 결정적 계기로 ‘한국인 게놈프로젝트’를 꼽았다. ‘인간 게놈프로젝트’에 의해 서양인의 유전자 지도 초안은 2000년 완성됐으나 한국인만의 샘플은 없었다.

김 사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를 나와 미국 국립암센터, 일본 이화학연구소(리켄)에서 암발생 유전자 및 유전자 발현을 연구한 유전자 분석 전문가였다. 2000년 8월 우연히 마크로젠을 방문한 그는 서 교수의 적극적인 권유로 2주 만에 짐을 싸 마크로젠에 생명과학연구소장으로 합류했다.

○“질병 바이오마커 찾겠다”


마크로젠은 지난 3분기 10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34억원이다. 증권업계에선 이런 추세면 작년 매출(428억원)보다 많은 45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3분기 말부터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늘면서 설비가동률이 90%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올해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세대 사업 분야로 ‘임상진단 유전체 분석 서비스’ 시장을 언급했다. 제약이나 생명공학기업이 환자 질병을 진단해 신약을 만들거나 임상시험을 할 때 필요한 유전자 분석기술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5월 신약개발 기업인 오스코텍과 ‘폐선암 원인 유전자를 제어할 수 있는 폐암 표적 치료제’ 신약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아제약과도 지난해 4월 신규 약물 표적 유전자 발굴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김 사장은 “암 환자의 절반은 항암제가 효과적으로 듣지 않는다”며 “환자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통해 차별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 개인별 맞춤형 항암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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